부동산 건설업계

딜레마에 빠진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옥죄자니 주택시장 위축·내수에 찬물… 놔두자니 이자부담 커져 가계 빚 뇌관

2금융권 집단대출금리 4% 육박

입주예정자-건설사-은행 등 분쟁 늘어나면서 피해액도 껑충

"규제 필요하지만 속도조절해야"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가 4%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사 고위 임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은행들이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금리가 크게 올랐다"며 "인기 있는 수도권 사업장도 은행으로부터 집단대출 승인받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중도금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에도 집단대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집단대출은 입주 이후 가계대출로 전환된다. 결국 집단대출을 컨트롤하지 않으면 가계부채 리스크가 더욱 커진다는 의미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도금 집단대출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규제를 강화하면 주택시장 위축과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집단대출금리 4% 육박… 늘어나는 소비자 피해=한국주택협회가 1월 말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가 제2금융권의 경우 3.5%에서 3.9%에 이르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집단대출을 거부하면서 건설사들이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집단대출 금리 인상에 반발한 입주예정자들과 건설사 및 은행 간에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의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가 3.45%로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주변 단지보다 0.8%포인트가량 높게 결정돼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서다.

한국주택협회가 회원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현재 집단대출 거부 및 금리 인상에 따른 피해규모가 총 5조2,000억원, 가구 수로는 3만3,9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같은 리스크를 소비자들이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늘어난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계약자들이 떠안고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집단대출, 가계부채 뇌관=은행들이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분양 물량이 늘면서 대출 금액은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 은행권 집단대출 잔액은 11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10조3,000억원)을 기준으로 한 달 만에 1조1,000억원 늘었다. 집단대출은 2012년 104조원에서 2013년 100조6,000억원으로 떨어졌다가 2014년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2015년에는 110조원을 돌파했다.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중에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4분기 29.6%에서 올 1월 40.6%로 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 호조에 따른 집단대출이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증가시켰고 이는 가계부채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규제하면 후폭풍 크고, 안 할 수도 없고=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정부 역시 고민에 빠졌다.

우선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김의열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올해 주택 공급물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감소하면서 집단대출 증가세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금융당국이 인위적 규제를 지속한다면 주택시장 연착륙 및 내수경기 회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집단대출은 분양 시점에 집단대출 계약을 맺었다가 입주가 가까워지면서 실제 대출(가계대출로 전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2013년 분양분에 대한 2015년 4월~2017년까지 집단대출 취급액은 50조~60조원에 달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시적 차원에서 대출 규제가 필요하더라도 지난해까지 아무 제약 없이 집단대출을 내주던 은행들이 갑자기 대출을 거부하고, 집단대출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게 문제"라며 "주택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막기 위해 집단대출 규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용·임세원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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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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