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퍼스트 데이터의 역공

금융 대기업 퍼스트 데이터가 불운한 기업 인수에서 살아남은 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해 최대 규모의 기업 공개도 진행했다. 현 CEO 프랭크 비지그나노 Frank Bisignano는 퍼스트 데이터의 재기를 혁신 기술에 걸고 있다. 수백만 소상공인들이 퍼스트 데이터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통해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와 앱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그가 세운 전략이다. by Shawn Tully

스콧 누탈 Scott Nuttall 에겐 맡은 임무가 하나 있었다. 2013년 4월 토요일 아침, 누탈은 뉴저지 쇼트 힐스 Short Hills에 위치한 힐튼 호텔의 한적한 식당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는 건장한 체격의 고객에게 금융계 최고의 직업을 포기하고 최고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로 와달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누탈에게 이 섭외 임무는 개인적이면서도 절절한 문제였다. 그는 6년 전 KKR 근무 당시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차입매수를 통해 결제서비스 대기업 퍼스트 데이터 First Data를 인수하는 작업을 이끌었다. 차입형 기업인수 전문업체인 KKR은 누탈이 자산관리책임자를 역임한 전설적인 기업이다. 이후 퍼스트 데이터는 거의 모든 일마다 실패했고, 그 사이 CEO가 수도 없이 교체됐다.


누탈은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이 스타 경영인을 꼭 영입하고 싶었다. 그는 이번 만남을 위해 아내의 마흔 살 생일 기념 이탈리아 여행도 취소했다. 누탈은 “아내가 ‘좋은 CEO를 찾으면 스트레스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며, 빨리 여행 계획을 취소하라’고 했다”며 “당시 그 영입 작업이 KKR에서 내가 참여한 일 중 가장 큰 성공일수도, 실패일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핵심 후보는 J.P. 모건 체이스의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회사 재건을 이끈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 팀의 열성적인 멤버 프랭크 비지그나노였다. 오믈렛으로 조찬을 함께 하면서 누탈은 퍼스트 데이터 규모가 더 슬림해지고, 더 집중화되면 사업이 크게 번창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당시 KKR은 110억 달러 규모의 퍼스트 데이터 사업 대부분을 매각할 예정이었다. 누탈은 “퍼스트 데이터는 한 사람이 이끌기에 너무 크고 복잡하다”라고 말했다.

비지그나노의 반응은 누탈을 놀라게 했다. 그는 누탈에게 “아무것도 매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비지그나노는 퍼스트 데이터의 규모가 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하려는 사업이 무엇이든 내가 살리겠다”며 “이를 위해선 최우수 팀이 필요하고, 그 팀을 내가 직접 조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퍼스트 데이터가 기술 대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퍼스트 데이터는 이 기업을 아는 사람들에게 주유소나 동네 식료품가게에서 카드를 긁었을 때, 승인 처리를 해주는 그저 평범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비지그나노는 “변화의 핵심은 내 주머니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폰을 높이 치켜 들며 “이 휴대폰이 수백만 명을 위해 하는 일을 퍼스트 데이터가 상인들을 위해 하겠다”고 선언했다.

점심으로 샌드위치가 도착했을 무렵, 누탈은 그를 CEO로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누탈이 “엄청난 포스”를 가졌다고 얘기하는 비지그나노는 업계의 육중한 노병 같은 이 기업을 새로운 혁신 기업-소상인들을 위한 빅데이터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과도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바꿔줄 문화 혁명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비지그나노는 이 계획을 실행하기도 전에 차입인수의 전형적인 부작용을 해결해야 했다. KKR의 차입인수로 퍼스트 데이터는 미국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기업 중 하나가 됐고, 대불황의 여파로 매출 성장이 둔화되면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있었다. 소규모의 민첩한 경쟁업체들은 낮은 요금과 더 나은 기술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었다. 퍼스트 데이터는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누탈이 비지그나노를 만났을 당시, KKR은 퍼스트 데이터의 가치를 투자 금액 1달러랑 60센트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비지그나노가 함께 일하게 될 근로자들은 한번도 매출 하락을 경험해 보지 못해 당면문제를 해결하기에 너무 무기력하거나 태만해 보일 때가 많았다. CEO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지그나노는 퍼스트 데이터의 최대 작업 시설을 방문했다. 오마하 Omaha에 위치한 이 사업장의 근로자 중에는 네브라스카 대학 풋볼 팀의 열성 팬들이 많았다. 그는 직원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기 위해 “만약 네브라스카 대학이 2승10패로 시즌을 마감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지금 퍼스트 데이터가 바로 그런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제 퍼스트 데이터는 더 이상 뒤처져있지 않다. 올해 56세의 비지그나노는 힐튼에서 그가 그렸던 전략을 실행해 KKR이 최대 지분을 소유한 퍼스트 데이터를 부활시키고 있다. 퍼스트 데이터는 비용을 줄이고, 부채를 삭감했으며 자금 흐름을 개선했다. 그러자 투자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부분적이나마 퍼스트 데이터에 믿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15일 실시된 퍼스트 데이터의 기업공개는 2015년의 IPO 중 최대 규모였다. 26억 달러를 유치했고, 시가 총액도 140억 달러나 됐다. 기업공개 후 비지그나노와 누탈을 비롯한 퍼스트 데이터 팀은 포춘에 회사의 턴어라운드를 뒷받침하는 회계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바로 KKR이 기다렸던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2007년 KKR이 비공개 기업 퍼스트 데이터를 인수했을 당시, 거래 가격은 주당 약 15.81달러였다. 기업공개 후에는 주당 16달러 언저리에서 거래됐다. 인수 이후 S&P 500이 31%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며 이렇다 할 성과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전히 퍼스트 데이터의 약 60%를 소유하고 있는 KKR과 투자자들은 인수 이후 25억 달러의 손실에서 소폭의 흑자로 반전을 이뤄냈다. 누탈은 이에 대해 “퍼스트 데이터의 잠재력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비지그나노가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지그나노가 생각하는 잠재력은 KKR이 처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그는 퍼스트 데이터가 아이스크림 상점이나 미용사 같은 모든 종류의 소상인들에게 월마트나 맥도널드 등이 이용하는 최첨단 분석 도구를 제공하길 희망했다.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후두암이 남긴 후유증이다-로 말했다. “수년간 우리는 소상인들에게 카드를 긁는 것 외엔 아무런 기능이 없는 우둔한 ‘벽돌’ 기계만 판매해왔다. 우리는 이 같은 벽돌들을 바 bar와 작업대용 컴퓨터로 대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고를 관리하고, 어떤 웨이터가 어떤 테이블에 가장 비싼 와인을 판매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야심 찬 목표는 새로운 단말기-특히 퍼스트 데이터의 클로버 Clover-에 매출 증대용 앱을 탑재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애플에 보이는 충성심을 이끌어내고 매출을 증대하는 것이다.

정말 야심 찬 목표다. 현실화하기까진 갈 길도 멀다.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rities)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 Gil Luria는 “현재 상인들에게 이런 솔루션의 수요가 높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Big Data for Small Business다. 그는 “이 단말기가 퍼스트 데이터의 실질적인 성장을 촉진하게 될지 확인하기 위해선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요가 있다 해도, 결제 서비스 분야는 이미 경쟁자로 가득 차있다. 체이스 페이먼테크 Chase Paymentech와 페이팔 PayPal 처럼 자리를 잡은 기업부터 스퀘어 Square, 숍키프 ShopKeep와 레벨 시스템즈 Revel Systems 같은 신생기업까지 많은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놓고 퍼스트 데이터와 경쟁할 준비가 돼있다.

비지그나노에 따르면, 퍼스트 데이터의 광범위한 소비자 기반-전 세계 매장 600만 곳의 결제를 관리한다-덕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신규 사업 기회는 충분히 잡을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새로운 규제로 많은 기업체들이 장비 업그레이드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그의 예측이 틀렸다고 해도, 퍼스트 데이터는 기존 사업에서 충분한 매출을 창출해 얼마간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예측이 맞다면, 퍼스트 데이터는 클로버 및 새로운 기기들을 이용해 금융 서비스 분야 최고의 ‘수익제조기(moneymaker)’가 될 수도 있다.

퍼스트 데이터는 회사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들의 신용 카드 거래도 수백 심지어 수천 번이나 처리했을 것이다. 이 회사는 결제 서비스 업계-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이해도가 가장 낮은 분야 중 하나다-의 중심축이다. J.P. 모건의 애널리스트 티옌-신 황 Tien-tsin Huang은 “택시나 드라이클리닝처럼 현금만 받던 사업체들도 점차 카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행동도 달라지고 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의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그리고 전자결제가 40% 이상 증가해 약 6조 5,000억 달러 시장 규모가 됐다. 2018년이 되면, 현재 65센트인 달러 당 카드 결제가 81센트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있다.

전세계 9,000억 달러 규모의 결제 시장에서, 가장 잘 알려진 기업은 비자와 마스터카드다. 그러나 퍼스트 데이터의 규모도 상당하다. 회사의 2014년 매출 112억 달러는 마스터카드(95억 달러)의 매출을 넘어 비자(127억 달러) 수준을 향해가고 있다. 퍼스트 데이터는 주요 결제 서비스의 세 분야에 모두 진출한 유일한 우량기업이고, 그 중 두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퍼스트 데이터는 상인들에게 신용카드 단말기를 판매하고, 계좌를 관리해주는 ‘전자상거래 결제(merchant acquiring) 분야’ 최대 업체다. 퍼스트 데이터는 600만 명의 소비자를 기반으로 연간 740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초당 약 2,300건)를 처리하고 있다. 상인이나 은행의 거래도 많이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위조 방지를 위해 계좌를 확인하고, 거래 처리에 필요한 현금이 충분하도록 관리를 해준다. 거래 승인 및 거절은 물론이고, 은행 대신 명세서를 전송해 주기도 한다. 퍼스트 데이터는 미국의 모든 카드 거래량의 42%-수억 개의 카드가 이용된다-를 처리하고 있다. 상당한 양의 명세서 때문에 퍼스트 미국 우정청(U.S. Postal Service)의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퍼스트 데이터는 미국에서 연간 1조 7,000억 달러 상당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미국 GDP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퍼스트 데이터는 미국 밖에서도 약 25%의 매출을 창출해 광범위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퍼스트 데이터의 세 번째 사업-상인과 처리기기, 그리고 은행을 위해 거래 데이터를 통합해준다-인 ‘스타 직불 네트워크(STAR debit network)’는 아직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퍼스트 데이터는 거래의 세 주체인 상인과 은행, 스타를 통해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퍼스트 데이터는 보이진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비지그나노는 이를 통해 명성을 쌓아왔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손자로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비지그나노는 주로 주요 은행에서 백 오피스 back office *역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일련의 통신망 서버 소프트웨어 제품군 의 구축 및 수리를 담당했다. 유리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9·11 메모리얼 광장(Memorial Plaza)이 내려다 볼 수 있는 비지그나노의 29층 집무실은 그의 업무능력이 그를 어디까지 올라가게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벽에는 비지그나노가 뉴욕 대교구장 티모시 돌란 추기경 Timothy Dolan으로부터 애리조나 카디널스 Arizona Cardinals 스타 플레이어 래리 피츠제럴드 Larry Fitzgerald까지 영향력 있고 유명한 사람들과 웃으며 찍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무엇보다 그는 J.P. 모건 체이스 팀과 2008년 찍은 사진을 소중히 여긴다. 사진에는 전 회장 제이미 다이먼과 두 명의 동료가 함께 있다. 현재 대규모 금융 회사를 이끄는 이 동료들은 스탠더드 차터드 Standard Chartered의 CEO 빌 윈터스 Bill Winters와 비자의 CEO 찰리 샤프 Charlie Scharf다. 이 사진 중에는 또 바클레이 Barclay의 차기 CEO로 유력한 제스 스탠리 Jes Staley와 전 시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현 퍼스트 데이터의 이사인 하이디 밀러 Heidi Miller도 있다.

다이먼은 1994년 비지그나노를 영입, 스미스 바니 Smith Barney에 있는 사업장을 운영하게 했다. 다이먼과 샌디 바일 Sandy Weill이 인수에 인수를 거듭해 결국 1998년 시티은행의 지주회사 시티코프 Citicorp를 인수하면서, 비지그나노의 역할이 IT에서 조달 업무로까지 점차 확대됐다. 2001년엔 맨해튼 시내에서 일하는 시티그룹의 직원 수가 1만 6,000여 명에 이르고 있었다. 이중 상당수는 비지그나노 밑에서 근무했다. 9월 11일 아침 첫 번째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타워가 무너졌을 때, 그는 거리로 뛰쳐나가 확성기를 들고 “북쪽으로 가세요”라고 소리 지르기도 했다. 그 다음 수천 여명의 시티 직원들을 서쪽 34번가 사업장으로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시티그룹의 컴퓨터가 테러 후 혼란 속에서도 잘 가동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 외에도 비지그나노는 부진한 사업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2002년 그는 손실만 보던 시티그룹의 글로벌 거래 서비스(Global Transaction Services)를 맡아 이 사업을 다국적 기업의 회계 및 외환거래 아웃소싱 서비스로 재탄생시켰다. 이 서비스로 2005년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다이먼은 2005년 말 비지그나노를 시티그룹에서 빼내 J.P. 모건 체이스의 최고관리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는 그곳에서 압류로 가득 차있던 구 워싱턴 뮤추얼 Washington Mutual의 모기지 사업을 되살려내는 능력을 발휘했다(비지그나노는 이 일을 후두암 투병 후에 해냈다. 그는 후두암이 9 · 11 테러 후 독성 그을음이 가득한 곳에서 일하면서 생긴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이먼은 2012년 비지그나노를 공동 COO로 임명했다. 그러나 비지그나노는 자신이 최고 자리(CEO) 자리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는 “샌디 바일과 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American Express CEO 짐 로빈슨 Jim Robinson 등 내 멘토들 모두가 이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리고 2013년 어느 목요일, 누탈은 비지그나노의 옛 시티은행 동료들-KKR의 보험사를 운영하는 조 플루메리 Joe Plumeri 등-과 비지그나노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그가 이직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비지그나노와 누탈의 만남은 이틀 후 힐튼에서 이뤄졌다.

당시엔 당면한 문제들이 상당히 많았다. KKR의 기업인수는 퍼스트 데이터에 엄청나게 높은 금리가 동반된 226억 달러 부채를 안겼다. 누탈은 “퍼스트 데이터가 혁신하면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렇게 되면 자금 흐름이 원활해져 부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대로 자기 자본을 확장하면, 결국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거래가 성사된 시기는 대침체가 시작되기 바로 전인 2007년 9월로, 당시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거래가 급감하고 있을 때였다. 2010년을 시작으로 퍼스트 데이터의 매출이 사상 처음 성장을 멈췄고, 자금 흐름도 급감했다. 퍼스트 데이터의 결제 처리 서비스도 그땐 상용화 작업 중이었다. 누탈에 따르면 퍼스트 데이터는 낮은 수수료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업체들 때문에 매년 약 15%의 상인 고객을 잃고 있었다.

퍼스트 데이터가 어려움에 처하며 두 명의 뛰어난 CEO-전 컴팩 Compaq과 월드컴 WorldCom의 CEO 마이클 카펠라스 Michael Capellas(2007~10년)와 전 페이첵스 Paychex CEO 존 저지 Jon Judge(2010~13년) -가 물러난 상황이었다. 비지그나노가 회사로 왔을 무렵에는 KKR이 이미 퍼스트 데이터의 두 가지 주요 사업-스타 현금카드 네트워크(현재는 PIN 번호가 필요 없는 직불카드 거래 분야의 선두주자다)와 가맹점 발급 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 사업-을 경매로 내놓은 상황이었다. 비지그나노는 이 매각을 모두 철회했다. 후퇴는 그의 선택지에 없었다. 그는 퍼스트 데이터가 그의 아이폰 비전에 따라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만 꾀할 수 있다면,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먼저 퍼스트 데이터에는 새로운 문화가 필요했다. 비지그나노가 오기 전에는 소규모 임원진이 2만 3,000여명의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식이었다. 경영진에 기술이나 운영 관련 전문가도 없었다. 그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애틀랜타 본사를 방문한 후 “응접실과 화장실이 딸린 CEO 방을 포함해 으리으리한 이들의 집무실이 직원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지그나노는 이 사무실들을 모두 없애고, 200개의 사업장으로 개편했다. 그는 또 경영진을 늘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가했다. 그의 멘토 다이먼이 시티그룹과 J.P. 모건에서 충직한 인재를 뽑은 것처럼, 그 역시 J.P. 모건과 시티그룹 동료 중에서 임원을 영입했다. 그 중에는 사장 가이 치아렐로 Guy Chiarello, 최고준법책임자 신디 아민-클레인 Cindy Armine-Klein, 운영책임자 크리스틴 라르센 Christine Larsen, CFO 히만슈 파텔 Himanshu Patel 등도 포함돼 있었다(플루메리는 부회장으로 영업됐다). 비지그나노는 또 본사를 애틀랜타에 둔 상황에서 중역들의 사무실을 뉴욕으로 이전시켰다.

퍼스트 데이터는 인재 유치를 위해 관리직의 급여도 대폭 인상했다. 현재 경영진의 연봉은 대부분 주식 형태로 주어지며 보통 7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수준이다. CEO인 비지그나노 역시 두둑한 연봉을 받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비지그나노는 약 770만 달러 수준의 주식 및 스톡옵션을 받았다. 포춘의 추산에 따르면, 기업공개 후 그의 지분은 1억 달러를 훨씬 넘었다. 그는 또 모든 사원이 주주가 되길 바랐다. 비지그나노는 “KKR측에 ’퍼스트 데이터의 여러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그들이 직원들의 높은 근무 강도와 그 결과의 상관관계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멘토인 바일은 비지그나노의 강점에 대해 “그는 상사들뿐만 아니라 부하직원들의 마음도 헤아린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CEO는 많은 곤경에 처한다”고 말했다. 퍼스트 데이터는 주식의 약 2.2%(3억 달러에 상당한다)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비지그나노 팀은 운영비를 동결하기도 했다(일부는 기술을 활용했다). 퍼스트 데이터는 다양한 인수를 통해 형성된 기업이다. 그럼에도 일관성 없는 약 30개의 개별 플랫폼을 통합하지 못했다. 예컨대 주유소와 식당, 옷 가게는 완전히 다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운영됐다. 첫 8개월 동안 새로 영입된 경영진은 오래된 서버와 저장공간을 대체하는 데 1억 8,000만 달러를 사용했고 플랫폼 수도 줄였다. 치아렐로는 “60톤 가량의 오래된 설비를 처분했다”며 “보잉 737 기체보다 더 많이 나가는 무게였다”고 설명했다.

비지그나노와 KKR은 퍼스트 데이터의 이자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2014년 조달한 35억 달러 상당의 사모자금(private placement)은 거의 부채를 낮추는 데 사용됐다. 지난 16개월 동안, 자금 상환을 위해 약 80억 달러의 재융자를 받았다. 이 중 약 21억 달러는 고정 금리 대출이었기 때문에, 평균 이자를 7.75%에서 4.9%로 줄일 수 있었다. 웨드 스타 직불 네트워크의 루리아가 지적했듯이, 부채는 여전히 골칫거리였다. 퍼스트 데이터의 나머지 부채 중 절반이 변동 금리를 적용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자율이 올라가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실제로 퍼스트 데이터의 IPO 주가는 여러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 낮아, 부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사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확보 덕분에 퍼스트 데이터의 부채는 185억 달러로 감소했고, 지속적인 수익창출에도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었다.

기업공개 덕분에 비용을 줄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비지그나노 팀은 더 많은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했다. 오래된 ’벽돌 기기‘를 개선한 신제품을 강구했다. 이들은 작은 비즈니스를 가장 큰 기회로 여기고 있다. 맥도널드부터 메이시스 Macy’s까지 대규모 소매업체는 고도의 판매시점관리 시스템(point-of-sale system)-재고와 근로자 일정 등을 관리하는 특별한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다-의 혜택을 많이 본다. 작은 비즈니스가 미국 거래관리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위한 데이터 분석 및 관리 도구는 훨씬 뒤처져있다. 치아렐로는 “기술이 최소 15년 동안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비지그나노는 이러한 ‘벽돌’을 다양한 앱을 탑재한 새로운 기기로 대체하길 희망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행동을 바꾸도록 설득하긴 힘들었지만, 퍼스트 데이터에게 좋은 타이밍이 찾아왔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상공인들의 새로운 결체 처리용 단말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이 발효됐다. 이 단말기는 위조방지용 마이크로칩이 부착된 EMV 카드를 인식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마그네틱 선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해 사기 결제를 하면, 카드 발급회사가 처벌을 받았다. EMV 카드는 마그네틱 선과 칩이 모두 탑재돼 있다. 때문에 상인들이 칩을 읽을 수 있는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 EMV 카드의 마그네틱 선에 포함된 데이터를 이용해 사기 결제를 하면 카드 발급사 대신 해당 상인이 처벌을 받게 된다.

‘단말기 교체’가 시작되면서 퍼스트 데이터는 EMV에 특화된 클로버 시스템으로 많은 고객을 유치하길 바라고 있다(비지그나노는 클로버를 “우리의 생계수단(our daily bread)”이라고 말한다). 클로버는 비지그나노가 입사하기 전, 퍼스트 데이터가 인수한 실리콘밸리 신생기업의 제품이다. 그의 팀은 상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서 클로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클로버는 네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고 있다. 2013년 나온 스테이션 Station은 금전출납기 위에 큰 모니터가 있는 제품이다. 지난해에는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모바일 Mobile을 출시했다. 미니 Mini는 작업대 위에 설치할 수 있고, 고Go는 휴대폰에 연결해서 쓸 수 있는 카드 리더기다.

퍼스트 데이터가 앱 개발자들에게 클로버용 앱 제작을 요청했을 땐, 회사의 큰 규모가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비지그나노는 스마트폰 앱 개발자들이 “가장 큰 시장을 보유한 안드로이드나 아이폰과 함께 일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퍼스트 데이터가 광범위하게 사업을 확장한 덕에 클로버도 이들과 비슷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퍼스트 데이터는 클로버가 다른 작은 비즈니스용 단말기보다 더 많은 참신한 기능을 추가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106개 기능이 있고, 추가로 277개가 개발 중이다. 살롱 스케줄러 Salon Scheduler라는 앱은 스파 및 손톱관리 고객들에게 예약시간을 상기시켜주고, 제 시간에 가지 못했을 때 재예약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라지 피자에 소스와 치즈가 들어가는 양을 스톡 Stock이라는 앱에 입력하면, 피자 판매량에 따라 재료를 자동으로 주문해 주기도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앱은 홈베이스 Homebase라 불리는 직원관리 앱이다. 맨해튼 북동부 지역 이탈리안 식당 비볼로 Vivolo를 운영하는 안젤로 비볼로에게 이 앱은 축복이다. 그는 “각각의 웨이터들이 하루 저녁에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웨이터가 적은 팁을 받으면, 질 나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빙 직원들이 PIN 번호를 입력하고 출근 도장을 찍으면, 본인 확인을 위해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매출을 관리하는 식이다. 비볼로는 클로버가 대기업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석기시대에서 현대시대로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퍼스트 데이터의 목표는 이 같은 앱을 통해 고객들이 라이벌 업체들-그들이 더 저렴한 이용료를 요구하더라도-보다 자사를 더 많이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이 앱들은 또 퍼스트 데이터가 각각의 고객들을 통해 얻는 매출도 상당히 늘려줄 수 있다. 연 매출이 20만 달러인 한 피자집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이 가게의 계좌 관리와 처리, 그리고 거래 수수료로 퍼스트 데이터가 가져가는 금액은 연간 2,000달러다. 만약 이 피자집이 클로버로 업그레이드를 해 다양한 앱과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퍼스트 데이터는 매달 수수료로 약 60달러에서 100달러 가량-기존 ‘벽돌’ 기기보다 최대 60%나 더 많다-을 더 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매출이 아닌) 이익으로 귀결된다. 이미 컴퓨터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퍼스트 데이터에 추가적인 비용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퍼스트 데이터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수 년간 이 회사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도 이를 저장·관리하지 않았다. 비지그나노는 이 ‘엄청난 실수’에 제동을 걸었다. 2014년 퍼스트 데이터는 실리콘밸리의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Palantir Technologies와 협업해 인사이틱스 Insightics라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퍼스트 데이터의 엄청난 양의 정보를 활용해 틴 포트 크리머리 Tin Pot Creamery같은 소상공업체에게 소비자 연구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전 페이스트리 셰프였던 베키 선세리 Becky Sunseri는 2013년 팰로 앨토 Palo Alto에 고급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고, 소금 버터스카치 같은 독특한 맛의 아이스크림과 카카오 떡잎 토피 커피를 판매했다. 그녀는 로스 알토스 Los Altos 근처에 2호점을 열 계획을 세웠지만, 새 가게가 오히려 기존 가게의 손님과 매출을 감소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녀는 선세리의 클로버 영업사원을 통해 인사이틱스의 시범 운영-일반 소상공인들이 매달 30달러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서비스에 가입했다. 인사이틱스는 그녀의 고객이 현재 어디서 오는지 보여주는 히트맵을 만들었다. 선세리는 이를 통해 “고객 중 단 1%만이 로스 알토스에서 온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그 곳에 제 2호점을 열었고, 두 가게는 모두 번창하고 있다. 인사이틱스는 또 선세리에게 틴 포트의 매출이 정오에 가장 낮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매출을 높이기 위해 정오 할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녀는 “시간과 재정 여력 때문에 절대 수집하거나 분석할 수 없었던 데이터를 클로버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10만개 이상의 클로버 서비스-4개 모델 중 3개는 불과 얼마 전 시장에 도입됐다-가 소비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기술 연구 기업 퍼스트 애널리시스 First Analysis의 래리 베를린 Larry Berlin은 이 분야의 치열한 경쟁을 고려했을 때, 클로버의 매출은 현재 “괜찮지만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를린은 퍼스트 데이터에 대해 “그 어떤 기업보다 훨씬 더 나은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비지그나노의 믿음이기도 하다. CEO 비지그나노는 클로버 매출의 대부분이 퍼스트 데이터의 기존 고객인 상인들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인정했다. 퍼스트 데이터는-수백만까지는 아니더라도-수십만의 고객들이 그가 약속했던 엄청난 성공의 주체가 되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퍼스트 데이터-당초 KKR이 ‘뻔한 예측 가능성’ 때문에 이 기업을 높이 평가했다-는 경쟁자와 비교했을 때, 이 같은 성취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가장 적어 보인다. 그러나 클로버의 성패와 상관없이, 한때 ‘성공하기엔 너무 몸집이 크다’는 오명을 썼던 기업 문화를 비지그나노가 바꾼 것만큼은 분명하다.


회생을 위한 세 가지 팁
퍼스트 데이터가 다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된다면, 다음과 같은 변화 덕분일 것이다.

‘주식을 통한 보상 문화’를 만들어라
신임 CEO 프랭크 비지그나노는 정예 팀을 영입하기 위해 대규모 주식을 지급하는 등 임원들에 대한 보상을 대폭 올렸다. 그는 또 퍼스트 데이터 직원 2만 3,000명에게 주식을 나눠줬다. 그는 “그들의 근무 강도와 그 결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많은 직원들에게 더 큰 책임감을 부여하라
과거엔 경영진 중 소수의 이사들이 모든 주요 결정을 내렸다. 비지그나노는 경영진을 5명에서 17명으로 늘리고, 기술과 운영, 그리고 준법 담당자들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겼다.

우선, 기업의 현 상태를 개혁하라
비지그나노는 회사의 오래된 기술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데 집중 투자했다. 이를 통해 회사의 핵심 결제처리 사업을 경쟁력 있고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사업으로 혁신했다. 토대가 어느 정도 다져지자, 그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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