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란에 부는 한류바람] "내 이름은 이진아" … 한국 응팔'에 반했죠"

젊은층 한국어 스터디 열풍도

'호감'을 경제분야에 이어가야

25일(현지시간) 찾은 이란 테헤란의 최대 전통시장인 바자르에 한국산 식품들이 전시돼 있다. /테헤란=서일범기자
2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카페에서 대학생 사마니(왼쪽)씨와 네긴씨가 한국어 공부 모임을 하고 있다. 사마니씨의 한국 이름은 이진아이고 네긴씨의 한국어 이름은 오미희다. /테헤란=서일범기자


'신라면, 오뚜기짜장, 순창고추장, 단무지, 두부…'

지난 25일(현지시간) 찾은 이란 테헤란 최대 전통시장인 바자르에서는 한국의 슈퍼마켓에서나 볼 법한 식료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채소 가게에서는 영락없이 한국산으로 보이는 배추와 대파도 진열돼 있었다. 이런 채소들은 한국에서 종자를 수입해 테헤란 남쪽 도시인 캬라즈에서 기른 뒤 수확, 판매된다.

이곳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호르시디 사장은 "처음에는 이란에 사는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을 겨냥해 각종 식료품들을 들여왔지만 최근에는 이란 현지인들도 한국 식품들을 찾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라면의 경우 할랄(무슬림이 먹도록 허용한 식품)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찾는 이란인도 적지 않다는 게 현지 상인들의 귀띔이다.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에서는 현재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류의 최초 근원지는 이영애가 주연해 현지 시청률 85%를 넘긴 드라마 '대장금'이었지만 지금은 드라마나 K팝 같은 문화 상품은 물론 식품에서까지도 한국 바람이 일고 있다.

김승욱 KOTRA 테헤란무역관장은 "한국 문화에 대한 이란인들의 호감이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한국어 배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날 테헤란의 한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사마니(21)씨는 스스로 '이진아'라는 한국 이름을 만들었다. 한국인 친구는 물론 이란인 친구 중에서도 그를 '진아'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사마니씨는 한국어를 배운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했다.

그는 "한국 문화에 빠져 '응답하라 1988' 같은 드라마를 챙겨 봤다"며 "가수 중에서는 이소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네이버에 이란 문화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만들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가이드 일도 하는 것이다.

네긴(22·한국 이름 오미희)씨는 "한국인이 행복해 보여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결혼 뒤에는 개인의 인생이 사라지는 이란 여성과 달리 한국 여성은 결혼 후에도 인생의 목표를 갖고 있어 부럽다는 게 네긴씨의 설명이다. 그는 "노래 가사에 공감할 수 있어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란 젊은이들은 국립 테헤란대에서 개설한 한국어강좌를 수강하거나 사설학원 또는 주이란 한국대사관이 설립한 세종학당에 등록해 한국어를 '열공'하고 있다. 다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한 편이다.

이란 내 한류 열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란은 전 세계를 통틀어 태권도의 인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이기도 하다. 이란의 태권도 인구는 200만여명으로 추산되며 태권도 프로리그까지 진행되고 있다. 또한 한국 치킨 브랜드인 BBQ는 이란 현지에 진출해 양념통닭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란의 한류를 경제 분야에서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LG의 가전제품과 현대·기아차의 자동차가 훌륭한 품질, 한국에 대한 호감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 이란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제재 완화 이후 중국·유럽산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 TV에서는 비록 녹화방송이지만 미국프로농구(NBA)가 중계되는 등 서구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조태익 주이란 한국대사관 공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과 이란이 교류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이 현지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도 역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2014년 히잡(머리카락을 가리는 스카프) 전용 세탁기를 출시해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고 LG전자는 지난해 이란 전통요리인 채소 스튜 등을 조리할 수 있는 '페르시아 솔라돔' 레인지를 내놓아 호응을 얻었다.

이와 더불어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경우 식품에 대한 세관 통과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세관에서 제품이 두세 달씩 묶이는 경우가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까지는 아니더라도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는 식의 정부 간 협의가 있어야 관련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헤란=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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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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