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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가 지난 2007년 이후 약 9년 만에 부활해 오는 29일부터 일제히 출시된다. 하지만 상품들이 변동성 강한 신흥시장펀드에 쏠려 있어 투자자들의 선택 폭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그 동안 출시했던 해외주식형펀드를 다시 출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일 뿐 판매의 무게중심은 선진국 위주 펀드에 뒀다고 설명하고 있다.
비과세 해외펀드는 막대한 경상수지로 인한 초래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달러 퍼내기' 차원에서 세제 혜택이 부활 됐다. 정부가 이왕에 판을 깔아줬다면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굴릴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 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9일부터 증권·은행·보험사 등 48개 금융회사에서 판매되는 비과세 해외펀드 310개 중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는 191개다. 전체의 약 61.6%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중국펀드가 92개로 단일 펀드 중에서는 가장 많고 글로벌신흥국펀드가 60개로 뒤를 이었다. 반면 올해 투자 유망 지역으로 꼽혔던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펀드는 68개로 21.9%에 그쳤다. 또 전 세계 시장에 분산투자하는 글로벌펀드는 전체의 8.3%인 26개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속에 자산배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기존 해외주식형펀드를 비과세 해외펀드로 전환하다 보니 과거 출시했던 신흥국펀드가 많아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10년간의 장기투자를 위해 변동성이 낮은 선진국 및 글로벌자산배분 성향 펀드를 다양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중국 등 신흥국펀드가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면서 상품도 많이 출시된 반면 선진국펀드는 변동성은 낮지만 수익률도 낮아서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나온 비과세 해외펀드 중 286개가 기존에 운용 중인 펀드를 전환 출시한 상품으로 이 중 중국펀드의 상당수는 지난해 중국본토 증시 붐을 계기로 출시된 것들이다. 또 금융위기 직전 브릭스(BRICs)가 각광받을 때 출시된 브릭스펀드도 이번에 비과세 해외펀드로 전환됐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신흥국펀드의 수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안정적 장기투자 성향의 고객을 대상으로 선진국·글로벌펀드 쪽으로 가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비과세 해외펀드가 10년간 장기투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진국·인덱스펀드 위주로 고객을 공략하려 한다"고 말했고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비과세 해외펀드 라인 업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럽펀드를 중점적으로 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