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100세 인생? 국악 인생!

이승재 국립국악원 홍보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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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인생.'

육아 에세이 '딸 바보가 그렸어'의 작가 김진형은 얼마 전 일곱 살 딸의 인생사를 열네 컷 그림으로 그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 중 '5세의 인생'은 옷을 입히려는 엄마와 스스로 옷을 입겠다는 아이의 실랑이를 그린다. 아이들이 만 4세에 이르면 자신만의 취향을 형성하고 좋은 것과 싫은 것에 대한 구분이 명확해진다고 하니 옷 입는 과정은 기본이요 신발 신기·세수·식사부터 화장에 이르기까지 실랑이의 영역은 점점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자문하면 불안감부터 엄습한다. 온갖 자극으로 동심을 유혹하는, 부모도 푹 빠질 정도로 중독성 강한 콘텐츠를 볼 때면 더욱 그렇다.

옛 선조들은 이를 일찍부터 간파한 모양이다. 조선후기 사대부가의 태교 방법을 담은 책 '태교신기'에는 '스승의 십년 가르침은 어머니의 태교만 못하고 아버지의 정심(正心)만 같지 못하다'고 기록돼 있다. 또 '시를 읽고 글을 읽으며 거문고나 비파를 타게 해 임산부의 귀에 들려줘야 한다'고 말해 부모와 자녀 간의 끈끈한 유대감과 우리 음악이 주는 안정적인 정서를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그 국악을 이 시대 우리 삶에 가져다 놓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다. 국립국악원도 이런 중요성을 인식해 '국악 씨앗'을 생애 주기에 맞춰 골고루 뿌리고 밭을 일구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악 태교 음악회를 비롯해 유모차음악회 '도담도담', 토요국악동화, 어린이 국악극 '만만파파 용피리', 송년 가족 국악극과 국악동요제, 유아 및 청소년 국악체험 등 어려서부터 가족 모두가 국악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크게 확대해 운영한다. 국악으로 뿌린 씨앗이 무럭무럭 자란다면 그들이 살아갈 '100세 인생'은 보다 따뜻함을 품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딸 바보이자 국악 바보로 살아가는 필자는 자식과 국악 농사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또 기대한다. 풍년이 가져다줄 수확의 기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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