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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쿨러닝' 평창 향해 금빛 질주

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 월드컵 두 번째 금메달

2010년 첫 대회 트랙 깨고 실격… 올림픽 유치 후 지원에 환골탈태

세계 1위로 2015-16시즌 마감… 스켈레톤 윤성빈도 랭킹 2위

홈 어드밴티지 큰 썰매 종목 평창트랙서 3월부터 연습 시작


2010년 11월 미국 유타주의 파크시티에서 열린 북아메리카컵. 봅슬레이 입문 후 첫 국제대회에 나선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도BS경기연맹)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레이스 도중 썰매가 뒤집혀 실격을 당하고 트랙의 얼음까지 깨 먹은 것이다. 이 바람에 트랙이 보수될 때까지 대회는 중단됐다. 공식기록도 없이 다른 선수들에게 '민폐'만 끼친 셈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5년여가 흐른 지금, 원윤종-서영우는 환골탈태했다. 세계랭킹 1위로 해외선수들의 추격을 맨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자메이카 대표팀의 좌충우돌 봅슬레이 도전기를 그린 영화 '쿨러닝'은 도전만으로도 박수를 받았지만 '한국판 쿨러닝'은 눈부신 결실까지 잇따라 거두고 있다. 28일(한국시간) 독일 퀘닉세에서 끝난 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에서 원윤종-서영우는 월드컵 사상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 세계랭킹 1위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한 달 전 캐나다 휘슬러 5차 대회에서 아시아 봅슬레이 사상 첫 월드컵 금메달을 따냈던 둘은 당시의 금빛 레이스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원윤종-서영우는 올 시즌 8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 2개, 동 3개를 수확했다. 서영우의 허리 부상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위에 머문 게 아쉽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 유력 후보로는 손색이 없다.

대표팀은 8차 월드컵 1차 시기에서 49초59로 1위에 오른 뒤 2차 시기에서 49초91로 2위를 했다. 합계 1분39초50으로 1위. 봅슬레이 최강국 독일의 안방에서 시상대 꼭대기를 점령했다. 은·동메달은 스위스·독일이 가져갔다. 독일은 3개 팀이나 내보내며 우승을 별렀지만 동메달로 겨우 체면을 차리는 데 그쳤다.

과거 외국선수들과 경쟁 자체가 되지 않던 한국 썰매(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는 평창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2011년부터 눈에 띄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연간 1억원 수준이던 기업 후원이 10억원 이상으로 폭증하면서 최상급 장비를 갖추고 세계적인 코칭스태프의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강훈련을 이겨내는 선수들의 투지가 있었기 때문에 지원도 빛을 발했다. 육상 단거리 출신이지만 이렇다 할 성적이 없던 서영우나 체육교사를 준비하던 평범한 대학생이던 원윤종은 친형제처럼 서로 의지하며 하루 8시간의 훈련을 이겨냈다. 원윤종은 "정말 잊지 못할 시즌이었다. 코치님들, 엔지니어, 의무 트레이너, 비디오 분석관과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남은 기간 더 가다듬으면 평창에서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썰매는 홈 어드밴티지가 유독 큰 종목이다. 트랙을 얼마나 훤히 파악하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홈팀은 올림픽 전 마음껏 트랙을 경험할 수 있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평창 올림픽 썰매 종목이 열릴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다음 달 문을 연다.

한편 스켈레톤의 윤성빈(22·한국체대)은 지난 27일 퀘닉세에서 끝난 8차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따 세계랭킹 2위로 시즌을 마쳤다. 윤성빈도 3월부터 홈 트랙에서 올림픽 금메달 꿈에 본격 시동을 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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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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