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모(48) 씨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이 씨는 1심과 2심에서 2011년 마약을 투약·밀수입 혐의와 한국에 밀입국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9년에 3,370만원 추징을 선고받았다. 다만 2014년 6월 밀입국 과정에서 6.1㎏의 필로폰을 한국으로 들여온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절차상의 문제였다.
이 씨는 2011년 8월 마약사범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중국으로 도피해 생활하다가 2014년 5월 국내 한 마약 조직으로부터 중국에서 마약을 받아 국내로 운반해주면 ㎏당 1,5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6.1㎏의 마약을 국내로 들여왔다. 6.1㎏은 1회 투여량 0.03g을 기준으로 약 2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씨는 6월 1일 거제 고현항에 입항했지만, 미리 첩보를 받고 기다리던 검찰 수사관들에게 밀항선 안에서 잡혔다. 수사관들은 이후 현장에서 밀항선을 추가 수색해 이씨가 숨어있던 창고에서 마약을 찾아내 이 씨로부터 임의제출 동의를 받아 압수했다. 이후 검찰은 이 필로폰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원심은 “체포 현장에서 피의자 스스로 소유물의 위치를 밝혀 이를 임의로 제출한 경우에는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지만 이 사건처럼 사법경찰관이 체포현장을 수색해 피의자의 소유물을 발견하고 체포 전에 미리 압수한 경우에는 더이상 임의로 제출받을 수 없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며 “해당 필로폰은 영장 없이 위법하게 압수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원심은 또 “필로폰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도 위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의 판단을 뒤엎었다. 대법원은 “이 씨가 밀입국하면서 필로폰을 밀수입하는 범행을 실행 중이거나 실행한 직후에 검찰수사관이 이 씨를 발견한 장소 근처에서 필로폰이 발견되자 곧바로 피고인을 체포한 것이므로 이는 현행법 체포로서 적법하다”며 “검찰수사관이 필로폰 압수 전 임의제출의 의미와 효과에 관해 알렸고 이 씨도 이를 알고 있었던 데다 체포 당시 범행을 부인했거나 검찰수사관이 이 씨를 기망하거나 협박했다는 사정도 없어 필로폰 압수도 적법하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는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체포 당시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과정이 현저하게 비합리적이지 않는 한 수사 주체의 판단에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