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한 무차별적 테러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작년말 프랑스 정부가 IS의 생화학무기 공 격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생화 학무기는 저렴한 핵무기라 불릴 만큼 대량 살상력을 지녔지 만 해독기술에 한계가 있어 일단 공격을 당하면 막대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생화학 테러에 대비한 해독기술 개발을 멈 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기존 생화학무기 해독제 보다 효능이 대폭 증진된 차세대 해독제 개발을 위한 국제 공 동연구에 본격 돌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의 정영 식 박사팀. 정 박사팀은 지난 2005년 체코 국방대학과 양해각 서(MOU)를 체결하고 화생방 해독제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 를 인정받는 카밀 쿠차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수행해왔다. 그 리고 작년말 박근혜 대통령의 체코 순방을 계기로 협력 확대 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두 연구팀은 연구자 교류와 공동세미나 개최, 그리고 고효능 화생방 해독제, 방독면 필터 및 소재, 화 학작용제 탐지기술 공동개발 등의 분야에서 다각적 협력을 모색하게 된다.
정 박사는 “현재 전 세계가 보유 중인 화생방 해독제는 종류와 성능 면에서 한계를 지닌다”면서 “체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 화생 방 대응부대의 주력으로 선정될 만 큼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0년간 두 연구팀은 연 구논문 17편을 공동발표하는 등 소 기의 성과를 거뒀다”면서 “지금까지 가 기초연구를 통해 기반을 다지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차세대 해독제 개발 같은 가시적 성과물을 창출하 는 단계로 본격 진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박사팀은 쿠차 교수팀에 더해 체코 화생방 연구의 선두주자인 헤 라레츠 클라로베헤대학, 헤라레츠 클라로베헤 병원대학과도 MOU를 체결하고 실제적 협력방안을 모색하 고 있다. 현재 정 박사팀이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화학무기의 대다수를 차지 하는 신경가스의 해독제다. 효능과 활용도 측면에서 기존 해독제인 ‘2팸(PAM)’이나 ‘아트로핀’을 능가하는 해독제의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효소 수준에서는 이들보다 우 수한 화합물을 다수 찾아냈으며 일 부는 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 다고 한다.
정 박사는 “다만 인체 독성이 예 상보다 강해 최종 후보물질 도출에 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체코 연구 팀과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3년 간은 약효와 독성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는 후보물질 확보에 연구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수의 신경가스 에 범용적으로 사용할 해독제의 개 발이 궁극적 지향점”이라며 “화생방 해독제 분야의 국내 인프라 강화와 추가적인 국제 네트워크 구축에도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