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천재나 암호학자가 아니라면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2년 전 필자는 비트코인에 몰입, 익숙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주일간 오직 비트코인으로만 살아봤던 것. 당시는 암호화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은커녕 그런 단어를 들어본 사람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현금도, 신용카드도 없이 비트코인에만 의존하다보니 집세를 낼 수 없었고,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못했다. 또 음식점 중 비트코인을 받는 곳은 일식집, 컵케이크 가게, 잡화점 각 한 곳 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집에서 수㎞ 밖이었다. 정말 힘겹게 일주일을 버티고 나니 체중이 2㎏ 이상 빠져있었다.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 열렬한 자유주의자와 기업가, 암호화 마니아, 그리고 비주류 경제학자들이 작은 규모지만 자신들의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들은 이 급진적 화폐의 성공을 간절히 바랬고, 정부가 비트코인 사용을 금지시킬까봐 노심초사했다.
1년이 지난 2014년 필자는 그때의 실험을 반복해봤다. 놀랍게도 상황은 판이하게 달랐다. 벤처캐피털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 관련 신생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면서 사용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스로 와인투어를 떠났고, 고급 신장개업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도 즐겼다. 심지어 스트립 바에도 가봤다. 특히 중국인들이 비트코인에 강한 관심을 보이면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1,000달러 이상 높여놓아 초기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갑부가 되기도 했다.
중국에는 수백 개의 서버를 갖춘 채굴전문기업들도 상당수다. 물론 몇몇 얼리어답터들은 오히려 비주류였던 비트코인의 주류 세계 진입에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가진 혁신과 진보의 이미지가 희석된 탓이다. 어쨌든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활용해 정부의 금융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 더 이상 주목하지 않는다. 대신 비트코인을 잘 규제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새로운 화폐시대의 개화에 힘을 실어줄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언젠가 그런 미래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비트코인 마니아의 기대만큼 빨리 오지는 않을 것이다. 2016년에서 조차도 비트코인만으로 일주일 이상 살려면 배고픔과 짜증, 금융거래 불능에 의한 사회적 곤란함에 무수히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비트코인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 본다. 소비자와 업체들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은 화폐계의 ‘애플 뉴턴’, 즉 대단하지만 실패한 기술로 남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