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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유인탐사의 치명적 위험 요소들

희망으로 가득 찬 수많은 사람들이 화성으로 가는 편도 티켓을 잡기 위해 자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긴 여행을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NASA는 2030년대 화성으로 우주비행사를 보낼 계획이다. 스페이스 X 같은 민간 우주기업들 역시 화성에 식민지를 지으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의 비영리기업 마스 원(Mars One)의 경우, 2020년 화성으로 편도여행을 떠날 민간인들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화성에서 살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그들의 화성 체류 기간은 의외로 짧을 수 있다. 화성의 환경은 지구인이 견디기에 매우 혹독하기 때문이다. 화성에 인간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거주 지역을 건설하려면, 엄청난 수준의 공학적 기량과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하다.

인류는 곧 화성까지 사람을 실어나르는 발사체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화성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기술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몇 년 간은 그런 기술이 개발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급적 빨리 화성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대목에 유의해야 한다. 너무 일찍 화성에 갔다간 여러 가지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추락사
수개월 간의 우주 항해 끝에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축하한다! 이제 남은 일은 화성 표면에 착륙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화성의 대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화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의 약 100분의 1 수준이다. 지구 대기권에 돌입하는 우주선은 낙하산과 공기 저항을 이용해 속도를 줄인다. 우주선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더 강한 항력을 받아야 지면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하지만 화성은 대기가 희박해서 무거운 우주선을 안착시키기 어렵다. 우주선이 무거우면 강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지면 안착보단 충돌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NASA의 탐사 기획 사무국 부책임자인 브레트 드레이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화성 대기권을 통과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현재의 착륙 기술로는 1톤짜리 물체만 안착시킬 수 있어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기에는 턱도 없는 크기의 우주선이죠. 화성에 가려면 착륙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드레이크에 따르면 NASA가 화성에 거주 지역을 만들고 우주비행사와 보급품들까지 한 번에 실어나르려면 20~30톤급의 우주선이 필요하다. 이만한 크기의 우주선을 화성에 안착시키기 위해 NASA는 독특한 착륙선의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팽창식 ‘저밀도 초음속 감속기(LDSD)’가 그것이다. 비행접시처럼 생긴 LDSD는 팽창식 기구로 표면적을 늘릴 수 있어 희박한 대기에서도 속도를 줄일 수 있다.

LDSD에 대한 실험은 현재 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다음 테스트는 올 6월 하와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 착륙선이 수십톤의 무거운 물체를 화성에 안착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고 있다.



동사(凍死)
화성에 온 것을 환영한다! 화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가정한다면 이젠 화성의 기후에 적응할 차례다.

화성의 평균기온은 영하 62℃정도지만 계절, 시각, 위치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화성의 적도 부근은 영상 30도, 극지 부분은 영하 175℃가 되기도 한다. 우주비행사들은 생존을 위해 지독한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장비를 화성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다.

NASA는 다년간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용 경험을 통해 급변하는 기후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생존하는 요령을 많이 습득해왔다. ISS가 태양에 노출될 때의 온도는 93℃ 이상, 태양 빛을 받지 못할 때의 온도는 영하 128℃ 이하다. ISS와 승무원들의 우주복에는 첨단 온도 조절 장치가 붙어 있어, 승화 작용을 통해 과도한 열 또는 추위로부터 보호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온도 조절 장치들은 진공 상태에서의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화성의 대기에서 사용될 우주복과 거주 지역에는 완전히 새로운 장치를 채용해야 한다.

물론 화성의 대기는 희박하다. 하지만 대류 작용을 통해 우주복의 열기를 뺐거나 높일 정도는 된다. 지구에서 바람을 맞으면 추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화성으로 간 우주비행사는 급속한 온도 변화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드레이크는 말한다. “추운 환경에선 더욱 우수한 단열성이, 더운 환경에선 열을 더 잘 방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진공 환경에서 사용하는 우주복은 보온병과 같지만 화성에서 사용할 우주복은 커피잔과 유사합니다. 같은 커피라도 커피잔에 든 것이 보온병에 든 것보다 빠르게 식지요.”



아사(餓死)
화성의 인간 거주 지역에서 사는 것은 남극기지에서 사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할 것이다. 남극 연구소에선 필요한 음식 등 모든 물자를 다른 대륙에서 실어와야 하며, 물자 보급도 자주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화성은 남극보다도 문명사회와 더 멀리 떨어진 곳이다. 화성에 보급선을 보내면 수개월 혹은 수년 후에나 도착한다. 때문에 화성 식민지에서 생존하려면 식량만큼은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화성으로 간 우주비행사는 그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마스 원은 인공 조명을 사용해 실내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스 원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거주 지역 내에 작물을 기를 수 있는 80㎡ 크기의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식물은 화성 토양 내에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 물과 초기 우주비행사 4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양분으로 키워진다.

하지만 지난해 MIT 연구자들이 실시한 분석에 의하면 현재로선 초기 우주비행사의 수를 4명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MIT의 항공우주공학자이자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시드니 두는 이렇게 말했다. “4명이 무한히 먹을 수 있는 양의 식물을 기르려면 4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만으론 불충분합니다. 그 정도 이산화탄소로는 식물이 12~18일 만에 죽어버릴 겁니다.”

그렇다고 비행사를 추가하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라고 한다. 그만큼 먹어야 하는 양이 늘어나는 까닭이다. “사람들이 숨을 쉬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식물의 양은 그 사람들이 먹어야 하는 양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그야말로 이도 저도 하기 힘든 상황이에요.”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식물의 양을 줄이면 우주비행사들의 주요 식량 공급원이 고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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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추가 공급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기술에는 희박한 화성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향후 화성의 인간 거주 지역을 위해 이런 기술이 개발된다면 식량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비행사들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부수적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질식사 또는 폭사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하면 식량문제만 해결되는 게 아니다. 식물은 인간 거주 지역에 무한정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다. 화성에 계속 무거운 산소 탱크를 보내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산소 탱크는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데다가 운반 비용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화성의 흙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진 화성의 중력 상황에서 식물을 길러본 적이 없다. 때문에 화성에서도 식물이 생존할 수 있는지 알려면 더 많은 실험을 해야 한다. 설령 화성에서 식물재배가 가능하고, 그 양이 여러 사람을 먹여 살릴 정도로 많아도 문제가 있다. 그때는 필연적으로 대량의 산소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산소가 많다는 건 항상 좋기만 한 일은 아니다.

시드니 두의 보고서에 의하면 밀폐공간에 너무 많은 산소가 존재할 경우 우주비행사들이 산소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악의 경우 스스로 폭발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인간 거주 지역에선 불필요한 산소가 제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체 흐름 과정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기기가 필요한데, 이런 기기는 이미 지구에도 많이 존재한다. 액화 증류 및 압력 순환 흡착법을 사용하는 기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은 아직 화성의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없다. 다른 행성에서 이 기술을 구사하려면 상당한 추가 연구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기술 수준이 미약하기 때문에 연구개발을 통해 그 수준을 크게 끌어올려야 합니다. 지구에선 화성 거주 지역에 필요한 기술 작동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화성의 상황을 고려하면 작동에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고 기기의 크기도 너무 큽니다. 우주공간에서 실용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기기의 크기와 단가를 줄여야 하고 신뢰성도 높여야 합니다.”

최근 NASA는 화성 표면에 에코포이에시스(ecopoiesis)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생명을 지탱할 수 있는 생태계를 화성에 만들자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남세균(Cyanobacteria)같은 엄선된 지구 유기체를 화성에 보내 화성의 암반 지형에서 산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NASA는 이런 발표를 하기도 했다. “결국 에코포이에시스로 둘러싼 화성 표면의 바이오돔이 붉은 행성에 원정대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다만 NASA는 이들 생물이 요구하는 이산화탄소의 양, 그리고 우주비행사들이 생산하는 양의 이산화탄소로 생존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붙여 MOXIE라는 장비도 있다. 이는 ‘화성 현지 산소 활용 실험(Mars Oxygen In situ resource utilization Experiment)’의 약자다. 식물이 생성한 산소에 의존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이 장비의 목표다. MIT 연구자들이 개발한 이 기기는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이를 산소와 일산화탄소로 분리해준다. MOXIE의 소형화 버전이 2020년 발사 예정인 NASA의 다음 화성탐사 로버에 실릴 예정이다. 제대로만 작동 된다면 식물을 기를 때 파생되는 문제에서 벗어나 화성에 무제한의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우주방사선 피폭
에서 언급한 모든 시나리오들은 화성에 안전하게 도착한 후에나 비로소 생겨나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재수가 없으면 화성에 가보지도 못하고 죽을 수 있다는 게 슬픈 현실이다. 우주선의 하드웨어 고장이나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같은 것은 별문제로 치더라도, 우주에는 쉽게 피할 수 없는 살인자 하나가 또 도사리고 있다. 그의 이름은 우주방사선이다.

먼 우주에는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宇宙線)이 있다. 이 우주선은 우주탐사선의 선체를 쉽게 관통하고, 여기에 오래 노출되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이 나타난다.

쥐를 이용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주선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뇌가 비정상적으로 변할 수 있다. 쥐를 우주선에 노출시키자 뇌의 시냅스가 많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쥐는 호기심 부족, 혼동 등의 행동 변화를 일으켰다. 미래 화성으로의 우주 여행에 암울한 전망을 드리우는 기분 나쁜 연구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우주선이 발암 확률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이 점은 이미 기존 연구를 통해 충분히 입증돼 있다. 현재 NASA는 모든 우주비행사들이 일생 동안 받는 우주선의 양을 관찰하고 있다. 그리고 치명적인 암 발생확률이 3% 증가할 경우 그 사람의 우주비행을 금지시키고 있다.

ISS에 거주하는 우주비행사의 경우 지구의 자기장이 우주선을 막아주고 있다. 덕분에 앞서 말한 3% 한계에 이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년간의 먼 우주 비행에선 지구 자기장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으며, 우주비행사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보다 방사능에 더 취약할 수도 있다.

미 국립 우주생물의학 연구소(NSBRI)의 차석 과학자인 도리트 도노빌은 말한다. “여성은 보통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남성과 동일한 양의 우주선에 노출돼도 그만큼 더 오래 살면서 몸 안에서 암을 진행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여성은 화성에 안 가는 편이 좋습니다. 임무 수행 기간 동안 노출될 누적 축적량이 3%를 초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실망스럽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의 요점은 우리가 화성에 가서 살려면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NASA는 아직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동시에 일반인들로부터 화성탐사 우주비행사들의 생존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화성 여행 챌린지’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공모전을 통해 화성에서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것을 고안해낸 3명에게 5,000달러의 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NASA 관계자는 공모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공모전에서 다루는 분야에는 피난처, 식량, 식수, 공기, 통신운동, 사회적 상호작용, 의료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열거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어요.”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이 회사의 엘론 머스크 CEO가 올 하반기 계획을 공개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다. NASA의 찰스 볼든 국장은 스페이스X, 마스 원, 그 외 화성 탐사라는 큰 꿈을 꾸고 있는 모든 민간 기업들에게 “당신들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4월 미국 하원위원회 회의에서 우주기술 관련 연설을 하면서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는 NASA의 노력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민간 우주기업의 활동에는 믿음이 덜 간다며 NASA와 정부 지원 없이는 어떤 민간 기업도 화성에 사람을 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성 거주 지역에서의 장기 생존에 따르는 어려움은 소설가 앤디 위어의 처녀작을 영화화 한 ‘마션’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는 동료들에 의해 죽은 것으로 오인 받아 화성에 홀로 버려지게 되고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는 살기 위해 여러 가지 큰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식량도 직접 키워 먹고, 물도 확보해야 했다. 위어 역시 NASA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설령 완벽한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만 갖고 완벽한 임무 수행 준비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화성 여행에서 중요한 건 실패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문제가 터졌을 때 임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확실히 하는 것이죠. 책을 쓰기 위해 저는 상상력을 동원해 문제가 되는 상황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풀지 못할 문제들이 얼마든지 더 있을 거예요.”

위어의 책은 최악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는 언젠가 인간이 화성에 갈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돈을 투자한 이후의 일이겠지만 말이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건 큰 일입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가능하리라고 보지도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해낼 수 있을 겁니다.”

LDSD - Low-Density Supersonic Decelerator.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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