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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은 풍부하지만 산업 고도화가 절실한 이란과 자원 수입국이면서 고도의 제조업 및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한 한국이 손잡고 장기 성장의 틀을 만들자."
서울경제신문이 이란 테헤란 현지에서 개최한 '한·이란 경제협력 컨퍼런스'의 흐름을 이어 29일(현지시간) 테헤란 아자디호텔에서 무역협회·KOTRA 공동주관으로 열린 '한·이란 경제협력 비즈니스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공공기관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고 이란 측에서도 이란투자청(OIETAI), 이란석유공사(NIOC) 등이 대거 참석해 총 5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기업인들이 운집한 만큼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장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해 한국 및 현지기업 관계자들이 서서 행사를 관람할 정도였로 열기가 뜨거웠다.
컨퍼런스 계기 경제협력 구체화
서울경제신문의 경제협력 컨퍼런스와 맞물려 본격화한 이번 대규모 행사에서는 총 3건의 굵직한 프로젝트 관련 협약이 체결되면서 경제제재 해제 이후 한국 기업의 이란 진출이 구체화됐다.
포스코는 이란 차바하르 경제자유구역에서 파이넥스-CEM 기법을 도입한 일관제철소 건립 프로젝트와 관련해 합의각서(MOA)를 이란 철강사인 PKP와 체결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과 압축연속주조 압연설비공정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인 'POIST'를 이전하고 전체 투자비 16억달러 중 8%에 대해서는 직접 투자한다. 제철소 건립 사업은 2단계로 진행되며 1단계에서는 연산 16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CEM 방식이 도입되고 2단계에서는 연산 60만톤의 냉연 및 도금 라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과 포스코에너지, 포스코건설도 이날 PKP사와 이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원료로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를 건설하고 매일 6만톤 수준의 담수화 설비를 구축·운영한다. 한전은 이번 양해각서(MOU)를 통해 포스코에너지·포스코건설·PKP사 등과 함께 발전소 건설 부지 확보, 재원조달 등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한전은 또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발전소 가스터빈 운전 중 코팅기술'의 효과를 현지에서 검증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이란 터보테크사와 함께 이란의 여러 가스발전소에서 이 기술의 효과를 살펴보고 가스터빈 정비 패키지 기술 등을 함께 개발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한전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는 이란 부셰르훈련센터, 이란 샤리프대, 이란 샤히드대와 원전인력 양성 및 교류협력에 관한 MOU도 체결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하마드 치트치연 이란 에너지 장관 등과 면담하고 전력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또 두산중공업도 발전소 및 담수 플랜트 수주를 위한 합의각서를 이란 모크란사와 이날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차바하 경제자유구역 내 화공단지용 열병합발전소(280㎿)와 담수화 설비(일일 4만톤 물 생산)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다.
韓 "이란 복지시스템 구축 지원"
이 같은 경제 물꼬를 바탕으로 한국과 이란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경제협력 및 투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양국 간 경제협력과 관련해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양국이 서로의 장점을 살린 장기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상호 신뢰 바탕으로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를 포함해 장기적 동반자 관계로 가길 원한다"며 "한국의 우수한 기술과 인프라 개발 경험은 천연자원과 인적자본이 풍부한 이란의 산업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장관은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고 ICT 및 서비스업까지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문화적 교류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주 장관은 "이란의 8%대 경제성장과 향후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보건의료·교육 등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이란의 사회복지 수요 증가에 대응해 한국은 이란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과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도 "양국은 대대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며 "향후 양국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란 "韓제조업, 성장 기여 원해"
이란 측 관계자들은 한국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면서 한국 기업들에 이란을 '소비시장'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인프라 개발계획을 밝히고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제도 개선과 인센티브를 약속하면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 구애가 이어졌다.
발리올라 아프미 이란 무역투자청 부청장은 "이라크와 전쟁 중에도 한국이 협력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경제제재가 해제된 후 협력이 더욱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을 한국산 제품을 팔 수 있는 시장으로만 보지 말아달라"며 "기술을 가져와서 이란에서 제조하는 등 투자를 해주기를 바란다.
한국 기업들이 이란의 제조업 성장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모흐젠 잘라푸르 이란 상공회의소 회장도 "이란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에 글로벌 기업들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더 많은 한국 기업과 이란 기업들이 손잡고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파 알리 케라마티 이란석유공사 부국장도 이날 참여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 계획을 밝혔다. 케라마티 국장은 "이란은 앞으로 막대한 인프라 개발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하며 특히 금융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란 기업인들 뜨거운 관심
이날 한국 측에서는 컨텐츠진흥원 관계자가 참석해 한류문화를 소개하고 향후 양국 간 문화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들도 참석해 양 기관의 역할을 소개하고 향후 이란과 경제협력 시 금융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란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전력·해운·제조 분야의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란의 전력회사 페르시안홀딩스의 소유주인 팔라하산씨는 "한국 기업과의 발전소 공동개발사업에 관심이 커 이날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며 "앞으로 이란의 경제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과의 비즈니스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또 다른 이란 기업인들은 참여 한국 기업 리스트를 점검하며 관계자들과 미팅에 나섰다. 한 이란 해운사 관계자는 "STX해운 관계자와 만나 인사를 나눴다"며 "한국 해운사들과의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상공회의소 회장은 "향후 양국 간 기업인들의 교류가 확대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테혜란=이혜진·서일범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