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고급인력난 해소할 産學 스킨십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세계 경제 침체와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 동력이 없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한편 중소·중견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대학 학부생 수준이 아닌 석박사급 학위를 보유한 우수한 기술인력이 충원돼야 하지만 정작 이런 고급 인력들은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중소·중견기업보다는 대기업만 바라보는 문제를 안고 있다.

만약 중소·중견기업이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단계에서부터 아예 대학원 학생들을 직접 참여시킨다면 어떨까. 기업은 손쉽게 외부 연구인력을 충원해 프로젝트의 질을 올리고 학생 입장에서는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해당 기업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이처럼 구상된 정책이 바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시행하는 '기업연계형 연구개발인력 양성사업'이다. 이는 기업이 실제 연구개발 및 제품 제작 과정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석박사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실제 연구원으로 참여하게 하는 사업이다. 기업은 대학원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대학원생을 공동으로 선발한다. 따라서 연구 프로젝트를 선정할 때나 참여 연구원을 선발하는 데 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기존에 비해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많이 강조되는 보다 진화된 형태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라 할 만하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는 현재 연세대·산업기술대 등 12개 대학 대학원과 57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마치 해당 기업에 입사한 것처럼 연구 실무자가 돼 기술개발을 진행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거부감을 지우고 자기 진로에 대한 선택지를 넓혀갈 수도 있다. 실제로 사업에 참여한 대학원생 중 70% 이상이 졸업 후 해당 기업 혹은 동종 업계의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참여 전문대학원의 경우 기업과의 산학협력 프로젝트 수행 성과 및 졸업논문 대체 설계프로그램(캡스톤디자인)을 제시하면 별도의 학위 논문을 따로 쓰지 않고도 학위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이다. 논문에 대한 부담을 없애 실무에 강한 기술인재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참여하는 기업 역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회사의 실제 기술개발 수요를 반영한 연구과제를 제시해 실용적 산학협력 추구가 가능해진다. 더욱이 프로젝트 수행 기간 동안 학생의 역량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연스럽게 실무형 심층면접을 진행하고 숨은 실력자들을 미리 모셔갈 수도 있다.

이제는 중소·중견기업들도 빠르게 변하는 기술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인재 발굴 및 인력 양성에 과감한 선행 투자를 집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채용한 인력에 대한 교육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필요한 고급 인력 수요를 사전에 계획하고 양성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주도해 키워낼 수 있는 기업연계형 연구개발인력 양성사업은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를 줄이고 빠른 시간 안에 인력의 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보다 많은 기업들이 관심 갖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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