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청년들이 취업난에 힘겨워하고 살기 바쁜 것일 뿐 모두가 역사에 무관심한 것은 아닙니다.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자는 모금 운동에 수많은 청년이 뜻을 함께한 것이 증거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정신을 담은 조형물을 건립하자며 누리꾼들의 동참을 이끈 유정호(23·사진)씨는 성금 모금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형물을 세워 대한민국을 지킨 열사들의 독립 정신을 되새기고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유공자들의 후손에게도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서자는 취지에서 모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인 '웃긴대학'과 '오늘의 유머'에서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3,000만원 정도를 모금했다. 모금액은 민족문제연구소에 맡겨졌으며 연구소는 올해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 경내에 시민 성금으로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조형물은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등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만들 예정이다. 애초 모금 취지는 인천대공원 백범 김구 선생 동상을 재건립하는 것이었지만 민족문제연구소는 누리꾼들과 상의해 단순한 동상이 아닌 김구 선생이 지향한 독립·민주·통일 정신을 포괄하는 조형물을 만들기로 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온 누리꾼으로 유명한 유씨는 독거 노인들을 돕다가 기초생활수급자로 힘겹게 살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목격했다. 자신도 홀어머니와 함께 넉넉지 못한 살림에 중국집 배달 등을 하며 모은 돈 500만원을 조형물 건립에 선뜻 내놓았다.
그는 "일부 누리꾼들은 공명심에서 하는 일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보냈다"며 "하지만 역사를 잊지 않고 열사 후손들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는 진심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많게는 100만원부터 아이들이 용돈을 모아 보내온 1,000~2,000원까지 그렇게 수천 명의 성의가 모아졌다.
그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수많은 이름 없는 열사들을 기리는 조형물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며 "건립되면 모금자 대표로가 아닌 한 명의 청년으로 조형물 정신을 홍보하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10년 가까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나눔을 이어온 그는 2년 전 암 선고를 받았지만 누리꾼들의 후원과 응원으로 수술 후 회복하고 있다. 그는 "암 투병으로 스스로 죽은 목숨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며 "도움받았던 것보다 더 많이 나눔을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모금 운동의 결실이 지금 젊은 세대들은 물론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역사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그들의 심부름꾼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