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경제 살릴까…곳간 채울까… 딜레마에 빠진 모디노믹스

7%대 고성장 불구 글로벌 경쟁력 높이기 실패… 국민 대다수 '돈풀기' 혜택 못누려

기업투자·수출 등 부진

재정적자 축소 실패 땐 외자 이탈·루피화 급락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나 홀로 7%대 성장을 구가한 인도 경제가 벽에 부딪혔다. 나라 경제를 떠받쳐온 정부 지출이 막대한 재정적자로 한계에 봉착하면서 성장우선 정책과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두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 정부가 경제살리기와 재정적자 축소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발버둥치고 있다"며 인도 경제의 딜레마를 조명했다. 인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3%를 기록하면서 16년 만에 중국 성장률(6.9%)를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인도 경제가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정부는 29일 경기부양과 경제개혁을 골자로 한 올해 예산안을 공개해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실었다. 예산안에는 도로공사, 원전 건설,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 화장실 등 농촌 편의시설 확대 등이 담겼다. 지난 2015년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수억명에 달하는 빈곤층을 가난에서 구제하기 위해 농민들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고 공무원 봉급을 인상하며 국영은행 투자를 확대하는 '돈 풀기' 정책을 시행해왔다. 또 경제구조를 시장친화적으로 개혁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과감히 도입했다. 성장제일주의를 표방한 '모디노믹스'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3년 연속 7%대 성장세는 모디 총리의 돈 풀기 정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문제는 대다수 인도 국민들이 돈 풀기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나라 곳간을 활짝 열었지만 기업투자·기업수익·수출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 경제가 단기적 경기부양에는 성공했지만 최종 목표인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년간 지속된 가뭄 때문에 인도인 대부분이 종사하고 있는 농업마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앞으로는 재정적자가 부메랑이 돼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4% 안팎인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오는 2018년에는 3%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기아에 허덕이는 농민에 대한 보조금과 인프라 투자계획 등을 감안하면 재정적자 축소는 불가능한 미션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인도 정부는 올해에도 1,000만명에 달하는 공공 부문 근로자와 퇴직자의 인건비와 연금으로 162억달러(약 20조4,600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또 향후 4년간 국영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100억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선거의 향방을 좌우하는 농민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도 정부가 결국 증세나 국유자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국영은행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인도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에 실패할 경우 자본유출과 루피화 급락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조짐은 연초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WSJ는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루피화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며 올 들어 18억달러가량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인도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것을 예로 들었다. 국채수익률도 급등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국채를 대거 발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외국인투자가들이 가격하락에 대비해 국채를 대거 팔아치운 탓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열쇠는 점진적인 재정적자 축소"라며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어렵게 얻은 성과마저 반납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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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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