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룡 벤츠' 이대로 좋은가] 품질결함에 세금체계 비웃더니… 범법행위도 실수라 발뺌하는 벤츠

지난해 9월 광주에 있는 한 수입차 판매점 앞에서 운전자가 골프채로 2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수입차를 골프채로 부수고 있다. 운전자는 '시동꺼짐' 현상이 반복되는 위험한 차량을 판매점이 교환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량을 부수며 항의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국내 인증절차를 무시한 채 차량을 판매해온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판매중지에 이어 3년 만에 검찰 조사까지 눈앞에 뒀다. "중요한 것은 판매량이 아닌 고객 만족"이라고 밝혀온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이번 위법행위에 대해 '실수'라고 표현했다. 인증절차는 수입차 회사가 국내에 차를 팔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연간 5만대 가까이 차를 들여와 판매하는 조직에서 '인증누락=실수'라고 표현한 것은 믿기 힘들다. 소비자들은 높은 부품 값, 개별소비세 환급 논란, 수상한 가격정책 등 한국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입차들의 행태를 우려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33.4%나 판매량이 급증했다. 아쉽게 판매 1위 자리를 BMW에 내줬지만 매출액은 국내 수입차 업체 중 가장 높다. 국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며 몸집을 키워온 것은 비단 벤츠코리아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벤츠는 고급 수입차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벤츠 골프채 사건' '벤츠 화재' '벤츠 여검사' 등 유독 타 브랜드에 비해 작은 사건 하나하나가 조명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벤츠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입차 업계 전반에 경고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츠코리아의 불합리한 판매행태를 반면교사로 국내 수입차 시장이 질적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공룡 벤츠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벤츠의 왜곡된 경영행위를 지적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증절차 무시에서 드러난 범법행위를 계기로 벤츠코리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국내 수입차 업계의 문제를 정리해본다.

1.

묵혀둔 차 팔며 개소세 할인처럼 포장

환급도 거부하며 한국 정부 정책 역행


지난해 말 벤츠코리아의 일부 딜러는 재고가 있음에도 차를 팔지 않았다. 당시 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연말까지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30% 낮춰줬지만 판매 일선에서는 다음해로 판매량을 넘겼다.

본지 지적으로 1월에 판매된 차량 일부에 개소세 인하분이 반영됐다. 낮은 세금으로 들여온 차를 싸게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고의로 묵혀둔 차량을 판매하면서 마치 개소세 할인을 이어가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했다. 소비자들은 "개소세 인하를 가격 프로모션으로 찻값을 할인받은 것처럼 판매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최근 불거진 개소세 환급 논란도 이 같은 상황의 연장선이다.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해 차를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통관 당시 수입원가에 개소세가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해 원가에 붙는 마진을 조정하면서 할인금액을 임의로 조정했다. 주요 차종인 C클래스 'C200'은 4,860만원에서 4,790만원으로 70만원의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해 판매했다. 반면 'C220 CDI 쿠페'는 5,340만원에서 5,280만원으로 60만원밖에 값을 내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환급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수입차 업체들이 소비자들을 상대로 허위·과장광고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한 것도 가격산정 과정이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

연이은 고장에 환불 거부하다 소송서 패소

잇단 차량화재엔 해결의지 없어 소비자 불안


벤츠코리아는 시동 꺼짐 문제로 'S63 AMG' 차량을 리콜했다. 당시 벤츠코리아는 '자발적 리콜'이라고 밝혔지만 국토교통부 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벤츠코리아는 중대 결함과 관련해 각종 소송에서 패소해야 보상을 해왔다. 2012년 11월 N중공업에서 리스로 2억5,000만원에 구입한 벤츠 S600L은 이듬해 3월부터 시동 꺼짐 현상과 정차 중 심한 차량 떨림이 반복됐다. 연이은 고장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벤츠코리아는 응하지 않았고 결국 소송으로 번지면서 1심 패소 이후 2억여원을 보상했다. 이후 발생한 벤츠 GLK220 결함 때도 1심 패소 후 7,000만원을 물어줬다. 자사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기보다 소송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가서야 보상에 나선 것이다.

달리던 차량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11시께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서 주행 중이던 E클래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부고속도로와 서울 성북구를 달리던 벤츠 차량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운전자들은 불안에 떨었다. 벤츠의 이런 모습은 최고경영자(CEO)가 적극적인 사태 해결과 보상을 외치고 나선 BMW코리아와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같은 독일 차임에도 윤리적 수준에서 너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 스스로가 자사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객만족 차원에서 소송전 이전에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화재사건과 차량 결함은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파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3.

벤츠 각종 액세서리 미국보다 '최대 74%' 비싸

서울경제 지적에 가격인하 시늉만… 이익은 3배 급증


벤츠 로고가 박힌 시계나 지갑·선글라스·의류 등은 미국보다 국내에서 최대 74% 이상 비싸게 판매된다. 업계에서는 벤츠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해 국내에서 사실상 폭리를 취한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벤츠의 '비즈니스 오토워치'는 국내에서는 194만3,000원, 미국에서는 950달러(약 111만5,395원)에 판매된다. 국내 가격이 83만원(74%) 더 비싸다. 본지가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자 벤츠코리아 측은 부품과 각종 액세서리 제품 가격을 최대 36% 내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 액세서리 가격은 벤츠코리아가 밝힌 것과 달리 차이가 없었다. 여전히 대부분의 제품을 최대 30% 이상 비싸게 팔았다. 벤츠코리아의 이익은 몇년 새 급성장해왔다. 2011년 463억원이었던 벤츠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13년 423억원, 다음해에는 무려 1,221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도 억대인 S클래스가 약 1만대 이상 팔리면서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자사 금융회사를 둔 벤츠·폭스바겐 등을 비롯한 수입차 업체들의 금융수익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일부 딜러에게는 자사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본사 차원에서 할당량을 줘 고리의 할부이자를 거두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벤츠를 비롯한 수입차 업계 전반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퍼져 있다"며 "위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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