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업회생 딱지에…

공공기관마저 보증 외면… 재기 꿈 접는 기술 中企 많아

"망할지 모르는데… 지원 불가"에

수출 따내도 자금 없어 속앓이

건설 중장비를 제조하는 코막중공업의 조붕구 대표는 지난 2년간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중동 등을 누비며 2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제로 납품이 들어간 것은 40만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 기업회생에 들어간 기업은 일반 금융권으로부터 신규 자본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무역보험공사로부터 선적전 수출신용보증을 받아 원자재 구입비를 마련해야 하지만 무역보험공사에서 기업회생 진행 중인 기업이라는 이유로 거절한 탓이다.

최근 들어 불황 국면이 이어지면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재기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힘겹게 계약을 따내고도 공공기관으로부터 수출신용보증이나 계약이행보증을 받지 못해 계약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붕구 대표는 "대통령 사절단 동행 등의 배려로 수출계약까지는 다행히 성사시켰지만 보증담당 기관으로부터 '언제 망가질지도 모르는 회사를 어떻게 도와주느냐'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수출신용보증은 담보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무역보험공사가 신용보증서를 제공해 은행으로부터 수출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에 대출받거나 수출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이다. 국내 유력 대기업과 수출계약을 힘들게 따내도 계약이행보증증권을 받지 못해 주저앉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 지원 연구개발(R&D) 사업이나 조달청 공공사업도 사실상 참여가 불가하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얼마 전 회사 문을 닫게 된 임종남 씨는 "치열한 경쟁 끝에 국내 대표 전자회사와 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을 따냈지만 서울보증보험공사로부터 계약이행보증을 받지 못해 결국 계약이 무산됐다"며 "국내 유일의 자연어 처리 소프트웨어 회사를 십년 넘게 운영하며 매년 주요 부처 R&D 과제에 2~3개씩 참여했지만 회생기업이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모두 거절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무역보험공사와 서울보증보험 등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회생기업의 경우 보증서 발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인들을 과도하게 옥죄는 보증채무 해결도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회사의 기존 채무가 채권자의 출자전환을 통해 70% 가까이 탕감되면서 연대보증인으로서 갖고 있던 보증채무도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 금융권의 경우 탕감을 해줬지만 일반 금융권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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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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