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국판 뉴노멀… "이대론 성장 1%대 추락"] 경기 되살아나도 회복력 저하 우려

■ 3대 실물지표 금융위기 수준 하락

공장 가동률 뚝뚝 떨어지는데 재고 눈덩이


지난 1월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실물경기지표가 일제히 급락한 것은 지난해 말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지속적인 수출 감소의 영향이 컸다.

전체 산업생산을 구성하는 대표 지표인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0.5% 증가에서 하락 반전한 것으로 증감률은 지난해 1월(-3.5%)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수출 부진으로 반도체 생산이 10.1%나 급락했고 자동차 생산은 3.6% 줄었다. 음식점·여가 등을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도 0.9% 감소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경제를 덮친 지난해 6월(-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인 민간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1.4% 줄어 메르스 사태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13.9% 감소한 여파"라며 "승용차를 제외할 경우 1월 소매판매는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승용차 판매량이 많았던 지난해 12월 20.2% 급증한 운송장비 투자는 올 1월 11% 감소해 전체 설비투자는 6% 줄었다. 정부는 2월부터는 지표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2월에는 개소세 인하 연장 등 정책 효과와 수출 감소 폭 축소 등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4일 미니 부양책을 통해 승용차 개소세 인하를 오는 6월까지 연장하고 1·4분기에만 21조원이 넘는 재정과 정책금융을 집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월 수출이 물량 기준으로 4% 내외로 증가(전년 대비)하는 등 호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공장 가동률은 뚝뚝 떨어지는데 재고는 쌓여만 가는 이상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1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6%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72.5%) 이후 최저치였다. 반면 제조업 재고율은 128.4%를 기록해 2008년 12월(129.5%) 이후 가장 높았다.

제품을 팔 곳이 없어 공장 가동률을 늦췄는데 제품이 팔리는 속도가 이보다 더 급격하게 둔화되며 창고에 재고가 쌓이는 형국이다. 앞으로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기업은 생산을 늘리기보다 재고부터 처리해 경기 회복력이 예상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노후대비,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등에 따른 구조적 내수 부진과 대외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

경기 부진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미 연초부터 재정 조기 집행률(1·4분기 30%, 상반기 58%)을 최대한 끌어올린데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당장 추가경정예산 카드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결국 정부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재정뿐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는 이미 1,200조원(지난해 말)을 넘어섰고 기업부채도 2,400조원(지난해 3·4분기)가량으로 불어났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은 40% 수준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바 있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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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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