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공급과잉 논란이 놓친 퍼즐 조각-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장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원장

최근 주택시장 핫이슈는 공급과잉이다. 저금리로 인한 전세 가격 상승은 구매수요 전환을 빠르게 진행시켰고 이런 변화는 분양시장 호황으로 곧바로 이어졌다.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자는 주택공급을 늘렸지만 미분양이 늘어나는 바람에 사업자와 주택시장이 모두 뭇매를 맞고 있다.

특이하게 이번 논란에서는 '왜 수요가 감소했는지'에 대한 물음이 없다. 높아진 전셋값으로 구매수요 전환이 이뤄지고 있어 시장은 수요초과 상황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전후 부족하게 공급된 물량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웠던 만큼 분양시장 활황은 나름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수요가 감소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수요 감소의 원인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과도하다고 판단한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특히 중도금집단대출을 억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이를 철회하면서 은행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대출억제 가능성에 대한 심리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다. 급격한 위축은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정책 등 정부의 태도에 민감한 주택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그래서 더욱 세밀하게 봐야 한다. 가계대출 증가로 인한 소비 위축, 상환위험 증대 등의 문제는 대출 총량을 줄이면 적절하게 조정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일견 맞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현명한 선택은 상환위험이 높은 대출을 관리하는 것이다. 상환위험이 낮은 주택담보대출은 관리 필요성이 적다. 미국 출구전략에서 야기될 금리 위험도 소멸된 지금 더욱 그러하다. 주택담보대출은 구매수요를 유도해 내수를 진작시키고 주변 산업에 선순환의 온기를 제공한다. 금융당국이 원하는 주택담보대출 억제는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이다.

얼마 전 몇몇 은행이 수익구조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수수료를 인상했다는 뉴스를 봤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과점체제를 허용한 후에도 은행 등 금융기관은 위험 관리보다 수수료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공급과잉을 '위험이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건드려 통제하려다 혼란과 부작용만 가중시켰다. 당장 벌어진 중도금대출 피해자들의 민원과 구매수요 위축으로 나타날 전셋값 상승 부담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공급과잉의 숨은 퍼즐은 여기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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