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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동거를 이어온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으로 끝내 갈등을 폭발시켰다.
안 대표는 통합 제안에 반대하고 있고 김 위원장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권을 꿈꾸며 홀로서기에 나선 안 대표와 당장 20대 총선의 당선이 시급한 김 위원장의 입장차가 반목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안 대표는 3일 부산여성회관에서 열린 국민 콘서트에서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더민주의 야권 통합 제안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의 국면전환용"이라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으로 정권이 바뀌었나 삶이 바뀌었나. 국민들이 웃고 있다"고 말했다. 또 "며칠 전 천정배 상임공동대표 지역구에 자객공천하더니 이제는 통합하자고 한다"며 "한 손으로 협박하고 다른 쪽으로 회유하는 것을 비겁한 공작이라고 부른다"고 김 대표를 비난했다.
이어 김 대표를 향해 "헌정을 중단시킨 국보위 수준의 전권을 장악했지만 당의 주인이 아닌 임시 사장"이라며 "당의 주인은 바뀌지 않았다. 총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패권주의·배타주의 만년 야당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힐난했다.
안 대표가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야권 통합의 불을 지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내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 당 많은 의원들이 이야기들을 한다. 이미 그렇게 해서 (논의가) 굴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김 위원장이 '새누리당 과반 의석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야권 통합에 긍정적인 이유로 5선 고지 정복을 위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서 정송학 새누리당 예비후보, 전혜숙 더민주 예비후보에게 뒤지는 지지율을 보이며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자 구도 속에서 치러진다면 김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셈이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김영환 의원과 최원식 의원 등 수도권 출마자 모두가 3자 구도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서 가던 호남에서도 더민주와 지지율 격차가 거의 좁혀져 광주의 임내현 의원, 김동철 의원 등도 당선을 위협받고 있다. 광주 서을의 천 대표 역시 야권통합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철수계와 김한길계로 나뉘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더민주의 야권통합론으로 당과 뜻이 달랐던 사람들을 쳐낼 기회가 생긴 듯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우선 야권 전체가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박형윤·전경석기자 man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