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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행을 앞두고 2년여 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일본의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와 NISA의 모태인 영국의 ISA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NISA는 일본 가계의 자산형성은 물론 자본시장과 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며 성공신화를 쓰고 있고 영국의 ISA 역시 18세 이상 인구의 절반가량이 가입할 만큼 높은 호응을 보이고 있다. NISA와 ISA의 성공신화를 한국의 ISA가 이어받기 위해서는 이들이 정착하기까지 거쳐온 시행착오 과정을 면밀히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1999년에 ISA를 도입한 영국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저축 및 투자확대 효과가 커지면서 2008년부터 영구화했다. 영국 ISA는 인출에 대한 특별한 제약이 없고 상품 간 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 계좌를 유지하는 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ISA의 가입대상은 16세 이상 거주자로 예금형 계좌와 증권형 계좌 등 2개 유형으로 운영된다. 도입 초기 운영됐던 보험형 ISA는 실적 저조로 2005년 폐지됐다. ISA 가입자 수는 2,316만명(2013년 기준). 영국 18세 이상 성인 두 명 중 한 명(46.8%)이 가입했다. 총 누적적립액은 4,696억파운드 (2014년 기준)로 도입 직후 대비 283% 증가했다.
영국은 초창기 전체 금액뿐 아니라 예금형 계좌의 한도를 따로 두는 등 제한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한도를 늘려갔다. 초기 7,000파운드였던 전체 금액제한을 2010년 1만파운드 이상을 올렸고 2014년 영국 재무부가 연간 투자 한도 확대, 유형 간 상호이전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ISA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연간 총 1만5,000파운드까지 세제혜택을 부여했다. 영국은 2014년 제도 개선이 폭이 큰 점을 반영해 ISA에 New를 붙여 'NISA'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2011년에는 교육비 등 자녀의 미래 소요자금 마련을 위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주니어 ISA'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연간 4,000파운드까지 성인 ISA와 동일한 세제혜택이 제공되며 18세 이전까지는 인출을 제한했다. 만기 시점에서는 일반 ISA로 자동 변경된다.
초고령사회의 일본은 노후자산 형성과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공급을 목표로 2014년부터 소액투자비과세제도인 NISA를 10년간(2023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영국처럼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거주자가 가입할 수 있고 인출 제약도 없다. 다만 투자대상이 원금 보장되는 예·적금, 위험도 낮은 채권을 제외하고 자본시장으로 국한된 점이 특징이다.
일본 NISA는 시행 이전부터 충분한 홍보와 준비를 통해 2014년 1월 시행될 시기에 492만계좌가 개설된 데 이어 시행 1년 만에 825만계좌로 늘어났다. 특히 바구니에 담기는 투자대상이 주식 등 자본시장에 한정되면서 일본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1조3,000억엔의 개인 자금이 NISA로 주식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NISA의 성공적인 안착 역시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일본은 세금우대 정책을 통한 개인 투자촉진과 소비활성화 유도를 위해 NISA의 투자한도와 투자자 범위를 올해부터 확대했다. 현행 비과세 투자 한도를 연 100만엔에서 120만엔으로 확대했고 투자연령 제한을 없애 20세 미만 투자자에게도 연 80만엔까지 비과세 투자를 허용하는 주니어 NISA를 신설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