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표 따로 체감 따로 물가, 정책신뢰 얻을 수 있겠나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1.3%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산품 가격이 0.2% 떨어지고 전기·가스·통신비가 낮아지면서 전체 물가수준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품목의 가격은 크게 올랐다. 신선식품물가가 무려 9.7%나 급등해 3년1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올랐고 학교급식비(10.1%), 관리비(3.4%) 등을 포함한 개인서비스와 집세도 각각 2.4%와 2.9% 뛰었다. 장바구니물가와 지표물가가 이렇게 다르니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해 있다는 정부의 위기의식을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지표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를 줄이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이 많이 사는 150개 품목으로 이뤄진 생활물가지수와 채소·과일·어류 등 50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를 보조지표로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계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의 평가가 다른 것은 현실에 대한 시각과 해법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치솟는 장바구니물가로 먹고 사는 게 빠듯해진 서민들로서는 소비를 늘려야 경제가 산다는 정부의 주장이 딴 세상 소리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디플레이션이 경제의 위협요인이라는 정부의 판단도,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와 일자리 확대에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는 호소도 이해하기 힘들 터다.

가뜩이나 수년간 계속된 경기침체에 주머니 사정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국민이다. 여기에 체감물가 상승까지 가세한다면 소비심리는 더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한 내수 활성화는 물론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릴 소지가 다분하다. 통계불신이 정책불신으로 확대 재생산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장바구니물가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국민 생활부터 안정돼야 하는 게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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