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장자 벗어나 형제·사촌에도 경영권 이양 활발 '가족경영의 진화'

■ 두산 박정원 회장 체제로 본 재계 승계 방식

'오너경영'의 장점 살리면서 독단·독선은 피해

두산·SK·GS·LS·세아 등 '가족경영'전통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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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수 GS칼텍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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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최신원 SKC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이순형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두산그룹 회장직이 형제에 이어 조카로 넘어간 것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최근 승계 방식을 파악한 결과 '가족 경영'의 형태 속에서 보다 다양화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총수 일가가 경영을 맡는 기업 다수는 장자(맏아들)를 중심으로 권한을 넘겨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 회장이 교체되는 두산그룹은 물론 SK·GS·LS·세아 등은 형제나 사촌들이 균등한 지분구조를 통해 돌아가며 경영을 하거나 다른 분야에서 각자의 경쟁력을 발휘하며 안정적인 가족경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형제 경영' '사촌 경영'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는데 전문가들은 후계구도가 확실한 '장자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중간지점 정도로 가족경영을 설명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위기 대처능력과 과감하고 빠른 의사결정 같은 '오너경영'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독선과 독단의 위험은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가족 중에서도 오랜 시간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검증을 받은 가장 적임자가 경영권을 맡으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가(家) 3세의 넷째 아들인 박용현 전 회장에서 다섯째 박용만 회장으로 넘어온 그룹 총수 자리가 4세 중 장손인 박정원 회장(박용곤 전 회장의 장남)으로 옮겨가면서 장자 경영을 고집하지 않는 기업들의 승계방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최근 비슷한 사례로는 '미스터 오일'로 불린 허동수(73) GS칼텍스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사촌 동생인 허진수(63) GS칼텍스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자리를 차례로 물려준 것을 꼽을 수 있다. 허동수 회장은 1973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한 후 40여년간 국내 정유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는 2013년 대표이사를 허진수 부회장에게 넘겼으며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까지 맡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허진수 부회장 역시 정유영업본부와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치며 생산·영업 분야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인 최종현 회장이 그룹 성장을 이끈 뒤 그의 아들인 최태원 회장으로 회장직이 넘어온 가운데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인 최신원 SKC 회장 역시 나름의 영역에서 역할을 키워가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오는 18일 열리는 SK네트웍스 주주총회에서 공동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사촌경영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S그룹도 '사촌 간 공동경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구자홍 전 회장은 회장직을 맡은 지 10년 만인 2012년 사촌 동생인 구자열 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주력 계열사인 LS전선과 LS산전은 역시 사촌지간인 구자엽 회장과 구자균 회장이 나눠 맡고 있다.

철강업계에서 세를 불려가고 있는 세아그룹의 경우 2세 경영인 이운형 전 회장이 2013년 작고한 뒤 동생인 이순형 회장이 총수자리를 이어받았다. 이운형 전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와 이순형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는 각각 세아베스틸과 세아제강을 중심으로 그룹의 주요 사업을 챙기고 있다. 세아그룹 3세들은 아직 30대 후반으로 당분간은 이순형 회장이 이끄는 가운데 사촌 간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각각 세아베스틸과 세아제강 등기이사로 오를 예정이어서 책임도 커진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족경영은 오너경영의 위기 대처능력과 빠른 의사결정 같은 특징을 취하면서도 능력 있는 구성원을 두루 기용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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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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