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야구외교


1971년 4월10일 미국 탁구선수단 15명이 중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일주일간 베이징·상하이 등을 돌면서 중국 탁구대표팀 등과 친선경기를 벌였다. 20년 이상 꽉 막혔던 두 나라가 우호적인 접근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석달 뒤 헨리 키신저 미국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극비리에 중국에 들어가고 이듬해 2월에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방중한다.

세계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꾼 이른바 '핑퐁외교'다. 미중 '탁구외교'는 스포츠를 통해 적대적이었던 국가관계가 극적으로 변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 후 운동경기를 외교에 활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흐름이 됐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국교가 없던 대중(對中) 관계 개선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첫 한중 스포츠 교류가 성사된 것은 1984년. 그해 3월 중국 쿤밍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아시아 지역 테니스대회에 한국선수단이, 곧바로 다음달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청소년 농구대회에 중국 선수단이 참가한 것이다. 미수교 상태였던 양국 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당연지사.

한국 스포츠 외교의 절정기는 86아시아경기와 88서울올림픽 때이지 싶다. 무엇보다 서울올림픽 기간에는 러시아·헝가리·체코·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들과 스포츠 교류 원칙에 합의, 본격적인 '북방외교'가 시작됐다. 스포츠는 국경을 초월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야구가 미국과 쿠바의 선린우호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모양이다. 2주일 뒤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찾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야구경기를 관전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다. 오바마 대통령을 볼 수 있는 것은 23일 아바나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팀 템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야구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장이다. 미국·쿠바인 모두 야구에 열광하니 종목을 잘 고른 것 같다. 미 백악관은 경기를 통해 양국이 강한 유대감을 다질 것이라고 축하하고 오바마 대통령도 '경기시작!(Play Ball!)'이라는 트윗을 날렸단다. 막이 오른 쿠바발(發) 게임에 우리도 빨리 동참하기를 바란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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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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