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토요 Watch] '피라미드 주총꾼'을 아시나요

A급 리더·B급 중간책·C급 행동책… 대형·조직화 통해 주총서 실력행사

슈퍼 주총데이 앞두고 상장기업 비상


"A급은 5장 정도 줘야 하지 않을까요" "B급은 말이 안 통해요. 그래도 A급이 낮죠."

짝퉁 가방을 사는 여성들의 대화 내용이 아니다.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정기주총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IR 담당자들의 통화 내용이다. 1~2명이 와서 주총을 방해하던 과거와 달이 주총꾼도 진화했다. 팀을 이뤄 주총 직전부터 협박(?)을 하는가 하면 일찌감치 주총장에 도착해 노트북과 태블릿PC를 펼쳐놓고 전문투자가 행세를 한다. 일반주주들은 물론 회사 관계자들도 깜빡 속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주총이 시작하면 본색을 드러낸다.

'주총꾼(총회꾼)'은 '적은 수의 주식을 가지고 주주총회에 참석해 특정인을 위해 의사진행을 방해하거나 협력해주고 그들로부터 금품을 받는 일을 일삼는 사람'을 말한다. 주총꾼도 조직적이다. 등급을 나눠 피라미드 형태로 움직인다. 수년째 활동해 IR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주총꾼은 'A등급'으로 불린다. 리더는 B등급에 속하는 중간책 주총꾼을 여럿 거느린다. B등급 밑에는 일사불란하게 '실력행사'를 하는 C등급 주총꾼이 포진한다. 주총 피라미드 조직은 중견기업 이상을 노린다. 업종이나 산업별로 팀을 나눠 주총에 참석해 조직적으로 주총을 방해한 후 성과물을 나눈다. 주총시즌 20명 정도를 팀으로 거느린다는 주총꾼 한모씨는 "주총꾼이 아니고 주총 감시인으로 불러달라"며 "주총시즌 전부터 기업들과 접촉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20년 넘게 주총꾼으로 활동하며 기업IR 담담자들에게는 '하이에나'로 불린다. 주총이 몰리는 오는 18·26일(금요일) 양대 슈퍼 주총을 앞두고 상장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김연하기자 yeon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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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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