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기업 구조조정 탄력… 잔인한 봄 온다] 그물망 더 촘촘해진 기촉법… 총선후 C등급 기업 즉각 워크아웃

외국계·연기금 채권단에 넣고 적용대상도 확대

"채권단 이견으로 실패한 쌍용건설 사례 없을 것"

8월엔 원샷법 가동… 공급과잉 업종 대수술 예고


'좀비'기업을 솎아내는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의 환골탈태를 위한 전제조건이지만 그 속성상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주요한 수단이었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일몰된 지난해 말 이후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촉법을 손에 쥐게 된 금융당국은 오는 4월부터 그동안 미뤄왔던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외과수술에 나설 방침이다. 이때는 총선도 끝나는 시점이어서 정치적 외풍에 대한 우려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구조조정의 키를 제대로 잡아야 8월 중순부터 적용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통해 조선·철강·해운·건설 등 이른바 공급과잉업종 재편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올해는 강화된 기촉법과 원샷법으로 구조조정 체계가 마련된 첫해"라며 "저금리에 기대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숫자를 줄여야 우리 경제도 원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연기금 등도 채권단에=당국은 개정 기촉법을 '기촉법2'라고 말한다. 단순한 개정안이라기보다는 이전과 성격 자체가 확연히 다른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개정 기촉법은 채권단 범위에 외국계 금융회사, 연기금, 공제회를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기촉법상 협약채권자가 아닌 연기금 등이 협약채권자의 채무상환 유예 요구를 거부하고 협약채권자들이 신규 지원한 자금을 가져가는 일도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실제 지난 2013년 3월 쌍용건설은 기촉법에 의해 워크아웃을 시작했지만 군인공제회가 채권단의 합의 사항에 반대하면서 결국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당시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의 가장 큰 약점은 비협약채권자 문제"라면서 "채권자가 빌려준 돈이 다른 채권자의 빚을 갚는 데 쓰인다면 워크아웃은 유지될 수 없는 만큼 개정 기촉법의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 기업이었던 기촉법 적용 대상 요건이 크게 넓어지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제는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이나 보증이 30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기촉법 적용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의 신용위험 평가 결과 C·D 등급을 받은 중소기업이 2012년 97개에서 지난해 175개까지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촉법의 파급력이 클 수 있다. 특히 채권단이 신용평가를 통해 C·D 등급 판정을 받은 기업이 그로부터 2개월 이내에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으면 채권단이 채권을 회수하거나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도 기촉법의 효능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대상기업을 대기업에서 모든 기업으로 넓히고 채권자도 은행의 대출 위주에서 연기금·공제회 등의 회사채와 기업어음까지 포괄하는 만큼 기촉법의 활용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샷법까지 가동되면 구조조정 가속도=개정 기촉법 적용은 기업 구조조정 작업의 첫 단추다. 부실상태인 기업들을 기촉법으로 처리하고 난 뒤에는 조선·철강 등 공급과잉업종에 대한 수술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원샷법'이 주요 도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공급과잉업종의 기준 등을 시행령에 담아 8월 중순께부터 이 법을 시행할 방침이다. 정상기업으로 분류하지만 공급 과잉에 해당하면 기업 스스로 사업재편을 할 수 있도록 원샷법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합동으로 조선·건설·석유화학·철강·해운을 대표적인 과잉업종으로 지목했다. 원샷법은 과잉공급 분야 기업이 생산성 향상, 재무구조 개선 등을 목표로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경우 각종 특례를 부여한다. 한국상장사협의회의 시뮬레이션 결과 원샷법을 이용하면 기업 합병에 걸리는 시간이 한 달 단축되고 법인세 등 비용도 29억원 아낄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총선이 끝나면 기업 구조조정으로 기업이나 채권단이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이라며 "부실기업 정리가 지연될수록 경제상황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초반에 흐름을 제대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세원·조민규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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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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