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올 6.5~7% 성장 목표" ] 中 국방예산 6년만에 첫 한자릿수 증가

경기부양 등 돈 쓸곳 수두룩… 20% 증액 예상서 대폭 후퇴

"숨겨진 국방비 많다" 지적도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이 예상을 깨고 6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7.6%)로 떨어졌다. 중국 지도부의 이러한 결정에는 경기 침체와 구조 개혁으로 재정을 지출해야 할 곳이 많아졌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함께 '평화로운 부상'을 위해 주변국의 경계심을 풀겠다는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푸잉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방예산이 전년보다 7.6% 늘어난 9,540억위안이라고 밝혔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가능성 등의 여파로 어느 때보다 중국의 국방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깬 숫자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2010년(7.5%)을 제외하고는 1989년 이후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해왔다. 특히 올해는 대외 위협으로 중국 내에서 국방예산을 20% 이상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중국의 국방예산 삭감 배경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의 언론들은 경기 침체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경기 부양을 위한 '실탄'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군비에 대규모 예산을 쏟아붓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WSJ는 "중국의 2016년 공식 국방예산을 보면 군비지출도 중국의 경제적·재정적 현실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꼬집었다.

미국·일본 등 주변국들의 냉전식 군비 경쟁을 부추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이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 포문을 열 경우 자칫 주변국들의 릴레이 군비 증강으로 이어져 중국에 되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의 국방예산에 대해서는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아 '군사굴기'에 대한 주변국들의 경계가 쉽게 풀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항공모함 건조 및 미사일개발 등의 비용을 다른 예산 항목에 넣어 국방예산 규모를 숨기고 있으며 이런 '비공식' 예산을 더할 경우 군비지출이 공표된 금액의 2배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 부분을 강하게 우려하며 중국에 군비집행의 투명성 강화를 요구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5일 요미우리신문 등의 기자들과 만나 "자세한 내용은 중국 전인대가 끝난 뒤 (국방예산을) 재차 분석할 것"이라며 "중국이 정보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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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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