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미얀마의 봄'은 올 것인가-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얼마 전 방문한 미얀마에는 새로운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6개월 전 방문했을 때와 확연히 다른 생동감이 느껴졌고 양곤의 호텔들은 외국 기업인이며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쇼핑몰마다 넘쳐나는 젊은이들의 화사한 옷차림이며 염색한 머리 스타일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미얀마 국민들이 열망하는 '미얀마의 봄'은 과연 오고 있는 것인가.

지난 1983년 10월 국빈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 일행에 대해 북한이 아웅산 묘소에서 자행한 암살 폭파 테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라 미얀마는 1962년 네 윈 쿠데타 이래 군부 집권하에 오래 추운 겨울을 보냈다. 이런 미얀마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군부에 압승을 거두면서부터다.

이제 세계의 이목은 수지 여사가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을까에 쏠려 있다. 가족이 외국 국적인 경우 대통령 취임을 불허하는 헌법 조항이 있는데 수지 여사의 남편(서거)과 자녀들이 영국 국적인 까닭이다. 이런 헌법 조항에 대해 군부와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떤 위치에서 미얀마의 새로운 정부를 이끌어나갈 것이냐도 관심의 초점이다. 수지 여사가 여러 난관을 뚫고 지도자로 우뚝 설 경우 미얀마 국부로 추앙받는 아웅산 장군의 딸이 지도자가 됐다는 점에서 우리 박근혜 대통령과도 상통하는 점이 있어 보인다.

수지 여사는 3년 전 방한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를 만났고 서울대에서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발전'이라는 제목으로 연설했다.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이 조화를 이뤄야 함을 열정적으로 토로하면서 젊은이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제 수지 여사는 오랜 인고의 세월에 자신이 꿈꿔왔던 조국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디려 하고 있다. 기득 세력인 군부와의 협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무한정 솟구치는 일반 국민의 기대감을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 무장 소수민족들과의 화해는 어떻게 이룰 것인지 등 걱정이 하나둘이 아니다. 오랜 군사 정권을 거쳐 어렵게 민주화를 이룬 우리로서는 미얀마가 이러한 과제들을 잘 극복해 민주화의 꽃을 피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곤을 떠나는 비행기 옆 좌석에 앉았던 미국 휴스턴에 거주한다는 미얀마 출신 소아과 여의사와 나눈 이야기가 귓전에 맴돈다. 이번에 노모를 보기 위해 몇 년 만에 양곤에 들렀는데 몇 달 후 봄이 오면 양곤으로 다시 돌아와 병원 사업과 아동들을 돌보는 활동을 시작하고 싶다고. 다음에 내가 미얀마를 다시 방문할 때 그 소아과 의사가 양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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