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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확대·임원 선임 반대"… 주총시즌 목소리 높이는 소액주주

주주제안 3년전 36건서 작년 116건으로 쑥

배당 관련 이슈 많아 올해도 크게 늘 가능성

악용 사례도 빈번… 제도적 보완책 마련 필요





오는 11일 ‘슈퍼주주총 데이’를 시작으로 주총시즌이 개막되는 가운데 주주들의 주주제안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배당확대 유도 정책에 따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주주제안 등을 통해 배당확대 압력을 넣고 있는 가운데 소액주주들끼리 힘을 모아 주주제안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 주주들 입장에서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도록 주주들이 직접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주제안을 악용해 주가에 영향을 주려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상장사인 엠게임은 오는 1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권이형 대표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 선임의 건을 의안으로 다룬다.

주총 안건들 중 사외이사 선임안은 소액 주주들의 주주제안으로 이뤄졌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지난 2008년 말 713억원이던 회사의 자산이 지난해 9월 414억원으로 감소해 회사의 재무상황이 악화됐고,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면서 신주인수권도 불평등하게 분배해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희석됐다”며 “현 이사진이 근무할 당시 개발한 게임 중 성공한 게임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엠게임 측은 “오랜 시간 개발을 해온 온라인게임 다수가 시장진입에 실패해 손실이 발생하자 2013년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며 “온라인게임 서비스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직접 서비스에서 수수료 취득 방식의 운영 대행 방식으로 변환하고, 부진한 성적의 자체 개발작들의 개발비를 일시에 상각해 이익률을 높이고 부채비율을 매년 개선해 나가는 등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들로 인해 회사의 규모가 축소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BW는 게임개발 등에 투자하기 위해 적법한 절차를 통해 발행됐고 신주인수권 또한 합법적으로 분배됐다”며 “현 이사진은 엠게임의 대표게임인 ‘열혈강호 온라인’과 ‘나이트 온라인’ 등 다수의 게임을 개발·성공시킨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에서 보통주 1주당 6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한 코리아에스이는 보통주 1주당 130원을 배당하라는 주주제안이 접수돼 오는 25일 열리는 주총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컴퓨터시스템 서비스업체인 정원엔시스는 비상근 감사 선임·보통주 1주당 10원의 현금배당·감사 보수 안건을, 곡물가공품 제조업체인 대한제당은 감사 선임안을, 비금융 지주회사인 대웅은 보통주 1주당 0.05주의 주식배당안을 주주제안으로 이번 주총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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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제안 내용이 법원으로 넘어간 경우도 있다. (주)동양의 1대 주주인 파인트리자산운용과 2대 주주인 유진그룹은 최근 4,0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주주제안했다. 하지만 (주)동양 측은 법리적 문제를 이유로 이 제안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할지에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고, 파인트리 측은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오는 15일 이전에 나올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BYC의 소액주주들은 보통주 1주당 4,000원의 현금배당과 0.05주의 주식배당, 최낙금 전 공인노무사회 사무총장을 상근 감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회사에 접수했다. 소액주주협의회는 오는 18일 열릴 예정인 정기주총에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공시한 상태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협의회는 “BYC의 최근 3년 배당성향은 3.6%로 같은 기간 국내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인 13.6%, 15.3%, 17.5%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협의회가 제안한 배당액 4,000원은 전년 지급된 보통주 배당액 800원의 5배로 증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들이 주총에 올릴 안건으로 제안하는 주주제안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주주제안은 정기주총과 임시주총을 포함해 지난 2013년 36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 42건에 이어 지난해 116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안건별로 임원 선임 관련이 72건(62.1%)으로 가장 많았고 배당 관련 안건 20건(17.2%), 정관변경 요구 안건 8건(6.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다원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특히 올해는 배당과 관련된 이슈들이 많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주제안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의 경우 주주제안을 하기 위한 지분율의 장벽이 높은데다 이에 대한 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아 주주제안 자체가 적기 때문에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주제안 확산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주제안이 늘어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간간이 나타나고 있다. 주총 안건이 아니어서 주주제안이 성립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주가에 영향을 주기 위해 주주제안을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상장회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주주제안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 제안을 한 뒤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무작정 회사를 비판하는 방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한 상장사 관계자도 “기업의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주주제안도 많다”며 “이를 걸러낼 제도적인 장치도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연하·박준석기자 yeona@sed.co.kr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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