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대체화폐 촉진하는 마이너스 금리-하태형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는 인류 역사상 초유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이 올 1월 사상 처음으로 예금 금리를 -0.1%로 떨어뜨렸다. 또 유럽의 중앙은행 격인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덴마크와 스위스·스웨덴 등의 국가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 채택으로도 모자라 금리를 더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현재까지 시장 반응을 보면 실물경기의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반면 외환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을 예상해 오히려 관련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애초에 기대했던 마이너스 금리의 경기 진작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자 일부에서는 고액권 등 종이 화폐를 퇴장시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종이 화폐 퇴장을 주장하는 이들은 화폐 보유에 따르는 불이익인 마이너스 금리를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므로 차라리 소비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대한 논리적 결함이 하나 숨겨져 있다. 왜 사람들은 반드시 정부가 발행한 화폐만을 사용해야 하는가. 정부 스스로 자신들이 발행하는 화폐에 마이너스 금리라는 페널티를 매기면서까지 화폐의 본질적 기능 중 하나인 '가치 저장의 수단(means of store of value)'을 부정하는데 왜 사람들은 그런 불편한 화폐를 써야 하겠는가.

이미 세상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대체 화폐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정부가 스스로 화폐의 기능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훨씬 많은 다양한 형태의 민간 발행 대체 화폐의 출현이 촉진될 수 있다. 그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금융의 대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사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같은 학자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상당히 오랜 시점부터 국가가 통화 발행권을 독점해왔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과거 수없이 반복된 화폐 남발 등과 같은 문제만 낳았다. 이제는 거기에 더해 마이너스 금리라는 폐해가 하나 추가됐다. 금융의 본질은 바로 '믿음', 즉 '신용(credit)'이다. 그런데 그 근간이 되는 화폐에 대한 신용이 흔들리는 일대 사건이 바로 마이너스 금리인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의 결과로 여러 가지 화폐가 유통되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예컨대 백화점 양복 한 벌에는 여러 가격표가 붙어 있게 될 것이다. '△△△원' '○○○ 비트코인' '□□□ 국민은행 화폐' 등과 같이 말이다. 이러한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다면 결과는 어찌 될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이라는 측면에서는 '자기 파괴(self-destructive)'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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