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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호텔. 이곳은 전 세계 62개국에서 온 6,000여명의 리맥스 에이전트들로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미국 최대 부동산 중개 프랜차이즈 회사이자 전 세계 100여개 나라에 진출해 있는 '리맥스'의 국제 컨벤션이 열렸기 때문이다.
리맥스는 매년 에이전트들을 초대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업무상 경험들을 공유한다. 리맥스 에이전트들은 일 년에 한 번뿐인 이번 행사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사업 기회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실제 취재차 현장을 방문한 기자에게도 틈만 나면 말을 걸어올 정도로 리맥스 에이전트들은 적극적이었다.
이날 컨퍼런스 장을 찾은 것은 리맥스 에이전트만이 아니었다. AT&T, 현대차, 오피스디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부동산과 관련 없어 보이는 기업들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에게도 컨퍼런스 자체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에서 부동산 중개업은 그 자체로 거대한 산업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었다.
◇스타벅스와 어깨를 겨루는 부동산 프랜차이즈 산업=이번 컨퍼런스에서 리맥스 관계자는 자신들의 경쟁 상대로 다른 부동산 중개회사가 아닌 스타벅스를 꼽았다. 이유는 미국에서는 리맥스 등 부동산 프랜차이즈가 스타벅스와 경쟁할 정도로 유망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규모 등 여러 면에서 부동산 프랜차이즈가 다른 산업을 앞서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 현장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리맥스 프랜차이즈를 사기 위해 몰려든 사람이 적지 않았다. 신희성 리맥스코리아 대표는 "컨퍼런스에서 리맥스 에이전트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를 사기 위해 각국에서 방문한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리맥스가 2013년 뉴욕증권개래소(NYSE)에 기업공개(IPO)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개인 사업자들에게 팔았던 리맥스 프랜차이즈를 사들이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부동산 프랜차이즈 산업의 유망성은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한국 중개업소의 평균 종사자 수는 1.6명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3.3명으로 한국 보다 두 배 정도 많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대 부동산 중개 프랜차이즈의 경우 한 사무실당 인원이 최소 20명 이상이다. 로스앤젤레스(LA)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 한 사무실에 200명 이상이 동시에 근무하는 곳도 있다.
래리 오벌리(사진) 리맥스 부사장은 "예전에는 미국도 소규모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계속해서 좋은 에이전트를 끌어들이고 그렇게 모인 에이전트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회사가 계속해서 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맥스의 경우 지난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946개의 프랜차이즈를 팔았으며 6,986개의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리맥스는 현재 98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전체 에이전트만 10만4,800여명에 달한다.
◇미국 주택시장 절반가량이 대형 부동산 프랜차이즈 통해 거래=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부분의 주택이 대형 부동산 프랜차이즈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오벌리 부사장은 "197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도 부동산중개업은 '전문적인(professional) 산업'으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부동산 중개 프랜차이즈들의 시장점유율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는 "하지만 40~50년 만에 대형 부동산 프랜차이즈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으며 한국에서도 고객들이 선진화된 부동산 중개업을 경험하게 되면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시장점유율 1위인 리맥스를 통해 전체 주택 거래의 약 15%가 이뤄지고 있다. 센추리21·ERA·콜드웰뱅크 등 전체 대형 부동산 프랜차이즈를 통해 이뤄지는 주택 거래가 전체의 약 60%에 달한다.
이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장점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에이전트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이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벌리 부사장은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질로우(Zillow)'와 같은 온라인 기반 중개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리맥스의 중개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95% 이상의 미국인들은 여전히 에이전트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한다"며 "한국은 그동안 부동산중개업계의 잘못된 관행들이 소비자들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