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일희일비 인플레 시대


우리의 강점 중 하나가 '빨리빨리' 문화다. 일을 신속하게 해내는 능력은 정말 큰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2년 만에 졸업하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환골탈태하는 데는 우리의 이런 기질과 근성이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쉽게 끓고 쉽게 식는다. 뭐든 단기일 내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와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되기 쉽다. 요즘 우리 경제가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이런 우려는 더 커진다.

일단 경제 현실부터 보자. 내수 침체, 교역 감소로 인한 수출 급감, 저성장·고령화 심화, 심각한 가계 부채 등 어디 하나 흡족한 구석이 없다. 내우는 깊고 외환마저 거세다.

그래서일까. 작은 일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도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감지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경제 주체의 일희일비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바로 빨리빨리 문화의 단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이란이 극도로 부진한 우리 수출의 대안 시장으로 과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 관료와 기업인들이 이란으로 몰려가는 통에 흡사 이란이 엘도라도가 돼버린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지만 내심 불안감이 인다. 이란에서 작은 파이를 두고 우리끼리 치고받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그렇다.

이란 시장 자체도 크다고 보기는 민망하다. 지난해 우리의 대이란 수출은 37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0.7%에 그쳤다.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한 이란 시장을 불쏘시개 삼아 수출을 살려야 한다는 데 딴죽을 걸 이유는 없다. 다만 이란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면 성과에 대한 조바심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해외 자원 개발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일은 어떤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시절만 해도 너도나도 자원 개발에 뛰어들던 에너지 공기업들이 이제는 해외 자산 팔기에 급급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방만하게 졸속으로 추진됐던 사업을 손보는 것이야 백번 바람직하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자원 개발 자체를 백안시하는 것은 또 자충수를 두는 것이다. 급하다고 씨감자를 다 내다 팔 수는 없다.

중국을 보는 시선도 문제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국내 배치 이슈로 우리와 갈등을 빚다 보니 경제 분야에서 조금만 삐거덕거려도 '중국발 한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판을 친다. 이런 식의 과민 반응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 미국 국채를 제일 많이 보유한 중국, 22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중국을 놓치게 만든다.

경제는 생물이다. 시나리오별로 잘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형편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눈앞의 이익에 홀려 닭을 죽이고 뱃속의 달걀을 꺼내지는 말아야 한다. 차분히 후사를 도모해야 뒤탈이 없다.

/이상훈 경제부 차장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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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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