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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황제주' 롯데제과가 그룹 경영권 분쟁 일단락 직후인 7일 액면분할을 전격 발표하면서 그룹 계열사 주가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날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실상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잡게 되면서 액면분할과 배당확대, 기업공개(IPO) 추진 등 그룹 차원의 본격적인 주주친화정책이 대거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고 불투명했던 지배구조의 개선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경우 그동안 롯데그룹 주가의 발목을 잡던 디스카운트(할인) 요소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 주식 가운데는 유독 주당 가격이 비싼 고가 황제주들이 많다. 이날 액면분할을 발표한 롯데제과 주가는 24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쳐 현재 국내 증시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주식이다. 이외에도 롯데칠성(205만2,000원), 롯데푸드(87만6,000원) 등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도 비교적 고가다.
주가가 워낙 높다 보니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식은 거래가 잘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의 일평균 거래량은 각각 2,000~3,000주에 그쳐 음식료 업종 평균인 1만3,988주와 큰 격차를 보였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대표적 초고가 황제주인 롯데제과까지 올해 액면분할에 나서면서 음식료품 업종 내 다른 고가 황제주들도 이러한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 정부가 추진 중인 배당확대 정책의 수혜도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제과는 또 배당금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롯데제과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 1주당 1만1,27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5,200원의 주당 배당금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에 따라 전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총액도 지난해 73억2,000만원에서 올해 160억1,000만원으로 급증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신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면서 관련 계열사들의 주가도 그동안의 악재를 털어내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쇼핑은 전 거래일 대비 6.61%(1만6,500원) 오른 2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26일(8.66%) 이후 하루 상승률로는 약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롯데쇼핑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전날 열린 일본롯데홀딩스 주총 표 대결에서 신 회장이 완승을 하면서 8개월에 걸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 지분 13.46%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신 회장 1인의 '원 리더' 체제가 더욱 확고해져 그동안 경영권 분쟁으로 불투명했던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속도가 붙으면 주가에 적용됐던 디스카운트 요인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서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호텔롯데의 IPO와 중장기적인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계열사 주가의 발목을 잡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 회장이 약속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오너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거나 비상장 계열사들의 지분을 많이 보유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롯데정보통신과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등 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들의 상장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경우 다수의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은 자산가치 현실화를 통한 기업가치 개선에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