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인터넷 예의지국을 만들자] 특정 단어만 치면 음란물 우르르… 청소년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상> 멍드는 인터넷 생태계



도박·성매매… 인터넷 생태계가 멍든다

SNS 등 타고 무차별 유통… 유해물 콘텐츠 워낙 많아 단속 역부족

포털·유튜브·1인 인터넷 방송 등 유통경로 다양

모바일 메신저로 정보 공유… 단속·제재 쉽잖아


트위터 이용자 홍희정(28·가명)씨는 최근 트위터를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트위터에서 만난 한 이용자의 아이디가 돈 주고 성관계를 맺는 '조건만남'을 뜻하는데다 프로필 사진이 여성의 신체 일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이용자는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 아이디와 함께 조건만남을 공개적으로 모집한다는 트윗(트위터상 메시지)을 무차별로 날리고 있었다. 홍씨는 "너무 쉽게 선정적인 사진과 글들을 온라인상에서 접할 수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음란물, 불법도박, 성매매 유도 등 유해물 콘텐츠의 유통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 게시글 형식으로 수만명의 이용자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구글·다음 등 포털사이트와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텀블러 등 SNS, 일부 온라인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유해물 콘텐츠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삭제 및 접속차단 등 시정요구 조치를 취한 유해물 콘텐츠는 총 14만8,751건이었다. 이는 2011년의 5만3,485건 대비 3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시정요구 조치를 취한 불법·유해 콘텐츠 건수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유통되는 유해물 콘텐츠가 아동·청소년에게 무차별적으로 퍼져 이들의 피해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네이버, 카카오(다음)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를 중심으로 조건만남 및 성매매를 홍보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른 주제의 카페 커뮤니티에 불법 광고글을 올리거나 아예 성매매를 유도하기 위한 카페를 열고 사진과 글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아동·청소년 이용자가 해당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다음), 구글 등 포털에 성매매·음란물 콘텐츠가 게재돼 방심위로부터 시정 요구 조치를 받은 것만 6,610건으로 집계됐다. 각 포털사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유해물 콘텐츠를 찾아 접속을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지만 유해물 콘텐츠 양 자체가 너무 많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상에 퍼지는 유해물 콘텐츠의 유형도 다양하다. 성매매 음란물에서부터 불법 도박, 개인 명예훼손, 문서 위조 등 다양하다.

지난해 방심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법 도박 관련 콘텐츠로 접속을 차단한 것이 4만6,940건으로 유해물 콘텐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성매매 및 음란물 관련 콘텐츠는 3만7,391건으로 뒤를 이었다. 그 외 불법 식의약품(1만8,027건), 문서 위조 등 기타 법령 위반(4,932건), 언어폭력·명예훼손 등 권리침해(3,718건) 순이었다.

이 같은 불법 콘텐츠들은 포털 사이트 외에 SNS, 1인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다. 아프리카TV·팝콘TV 등 1인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는 불법 도박과 선정성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국내외 스포츠 영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불법 도박 사이트 정보를 공유할 카카오톡 아이디를 화면에 보여주는 식으로 1인 인터넷 방송을 이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질적인 불법 도박 관련 내용은 카카오톡의 단체 카톡방을 통해 제공돼 회사에서도 제재가 쉽지 않다.

아울러 별풍선 등 돈으로 교환 가능한 아이템을 받고 방송진행자(BJ)가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방식의 방송도 문제다. 해당 방송을 청소년 이용자들이 얼마든지 쉽게 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청소년 이용자가 직접 방송을 진행하는 BJ가 돼 선정적인 행동을 따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들이 쉽게 가입해 이용하는 SNS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상에서 '신규 2만원 적립 이벤트' '생일이벤트 최고 10만원 지급' 등의 광고 문구로 청소년을 유인해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연결하는 광고들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정부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카카오톡 등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고 '단체 카톡방'에 가입해 불법 도박 사이트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나이제한이나 연령 확인절차를 두지 않아 청소년들도 쉽게 불법 도박에 빠질 수 있다.

사진·동영상 기반의 SNS인 인스타그램과 텀블러에서는 '해시태그(특정 단어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기능)'를 통해 음란물 콘텐츠가 쉽게 검색되고 있다. 텀블러에서 '조건만남' 등 성인 콘텐츠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노골적으로 가슴 및 성기를 드러낸 사진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등은 피부색이 많이 노출된 사진 등을 자체적으로 유해 콘텐츠로 인식해 검색 결과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알고리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성매매를 글자로 풀어 설명한 사진을 올리거나 아예 이미지 없이 신음소리 등 음성만 나오는 방식으로 관련 콘텐츠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아랍어·태국어 등으로 19금 단어 태그를 만들어 소수 이용자들끼리 공유해 단속을 피하는 사례도 있다. '소라넷' '카마수트라' 등 별도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유해물 콘텐츠의 경우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아 접속차단이 이뤄질 때마다 인터넷 주소를 변경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 SNS에 올리고 있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고 유료로 판매되는 성인용 만화나 웹툰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별도의 제약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한다.

모바일 메신저도 불법 유해 정보의 주요 유통경로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컨대 한 불법 사업자는 '안녕하세요. 저 지금 출장숍인데 혹시 만남 가능하시면 카톡 친구추가 부탁할게요'라는 내용과 함께 카카오톡·틱톡·텔레그램 등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호기심 많은 10대 이용자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구조다.

온라인상 불법 유해정보를 감시·감독해온 시민단체 '한국사이버감시단'의 공병철 대표는 "온라인에서 불법 도박부터 음란물까지 유해물 콘텐츠가 별도의 제약 없이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청소년들이 불건전한 사고를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직접 범죄에 가담하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지영·박호현기자

ji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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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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