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글로벌 부동산 거품 붕괴 경고음 커지나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심상찮다. 양적완화 덕에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몰려든 유동자금으로 과열됐던 영국의 집값 상승세가 지난달 꺾인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2월 영국의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4% 떨어졌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은 시장을 더 가라앉게 하는 요인이다.

영국과 함께 주택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던 홍콩 집값도 1년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중국·호주에서는 연일 거품붕괴 경고음이 나올 정도다. 중국은 선전·상하이를 중심으로 집값이 지나치게 올라 금융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질 정도다. 미분양이 쌓여 유령도시가 속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미국 역시 상승폭이 둔화되는 모양이다. 1월 주택가격지수는 1.3% 올랐는데 2월에는 0.5% 상승에 그쳤다. 뉴욕·마이애미 등에서는 벌써 집값 약세가 눈에 띌 정도라고 한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얼마 전부터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3주 연속 떨어졌고 수도권 재건축 매매가 뚝 끊기는 등 거래절벽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주택시장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불안의 그림자가 덮치는데도 우리 정부는 느긋해 보인다. 비수기에 심리적 위축 탓이라며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주택시장의 민감성을 생각하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글로벌 흐름을 보면 주택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게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이미 몇 달 전부터 공공과잉에 따른 2년 후 후폭풍 우려가 제기되지 않았는가. 실물경제의 뒷받침 없이 돈의 힘으로 밀어 올려졌으니 만약 부동산 거품이 무너지면 충격파는 클 수밖에 없다. 지나친 신중함보다는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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