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아파트 브랜드 홍보가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 '주거 가치'에 우선순위 둬 단순판매 치중한 마케팅으론 한계

철학 담긴 브랜드가 시장 잡을 것



경기도 광명시 A아파트 단지. 지하철역과 가장 가까운 이 아파트는 역에서 다소 먼 B단지보다 매매가가 낮게 형성돼 있다. 이유는 브랜드이다. B단지가 A단지보다 입지 여건이 떨어지지만 브랜드 파워가 앞서서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아파트값 산정 시 브랜드 파워를 중요시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다.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례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건설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은 '브랜드 홍보'를 잃어가고 있다. 아파트 판매가 그저 최우선일 뿐이다. 마케팅팀이 주축이 된 판매 홍보만 넘쳐나고 있고 브랜드 등 아파트 가치 알리기는 사라져가고 있다.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인식된 시점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다. 전에는 현대·삼성 아파트 등 사명을 그대로 아파트 단지에 적용했다. 건설사의 신용이 가격 등 아파트의 모든 것을 좌우했던 시기다.

이런 가운데 2000년대 이후 분양가 자율화와 맞물리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비싼 아파트를 팔게 되면서 단순 주택이 아닌 '뭔가 색다른 가치'가 중요시됐다. 그에 맞춰 등장한 것이 래미안·힐스테이트·자이·e편한세상 등 이른바 브랜드다.

소비자들 역시 브랜드에 열광했다. 삼성·현대 아파트가 아닌 뭔가 '가치 있고 품격 있는 주거 공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이는 주택 건설사의 판도 변화로까지 연결됐다. 브랜드 이전에는 아파트 순위가 신용도 순위, 즉 건설사 규모에 따라 결정됐다. 하지만 브랜드는 이것을 바꿔놓았다. 단적인 예로 2000년대 등장한 래미안 브랜드가 과거 수십 년간 주택 시장 1등을 유지해온 타사를 제치고 앞선 것이 그것이다.

아파트 가치 산정 시 브랜드가 중요해지면서 중견 건설사들도 속속 뛰어들었다. 아파트 브랜드 이전에는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가 시장에서 대결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중견 건설사마저 브랜드 네이밍에 나서면서 '브랜드와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아파트 한 채를 파는 것보다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브랜드가 이처럼 중요해지자 브랜드 홍보도 더욱 고도화되고 치밀화됐다. 단적인 예로 브랜드 이름을 따 "000아파트에 삽니다"라는 문구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000 아파트에 산다'는 것 자체 이상의 홍보가 없어서다.

시계추를 돌려 현재 상황을 보자. 과연 소비자들이 요즘 분양되는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를 알고 있을까.

아마도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는 과거 건설사들이 2000년대 홍보했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일부 건설사들이 새롭게 브랜드를 만들거나 교체하고 있지만 실상은 거의 대다수의 건설사가 판매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 홍보했던 브랜드 내용을 지금까지 팔고 있다"며 "브랜드 밑천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요즘 아파트 판매에는 마케팅만 넘쳐나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 사이트에 넘쳐나는 홍보성 기사는 누가 작성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많다. 여기에도 팔기 위한 문구만 있을 뿐이다. 판매 대행을 맡은 업체들이 무엇을 해도 이를 맡긴 건설사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계약률만 올리면 될 뿐이다. 그렇다 보니 브랜드 철학을 알리는 글귀나 광고는 너무나 귀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몇몇 건설사가 다시 브랜드 홍보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판매 홍보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이 같은 브랜드 홍보로 재반격을 노리는 것 같다. 아파트 브랜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 품질의 차이가 사실상 없어지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다시 한 번 주택업계 순위를 갈라놓는 시점이 곧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종배 건설부동산부장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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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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