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파업·갈등 거듭하던 한국GM노사… 불황 앞에서 손잡았다

경쟁사 공격적 마케팅에 점유율 도리어 떨어지자

노조 먼저 TFT 구성 제의… 제임스 김 사장 전폭 수용


지난해 7월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던 한국GM 노조는 찬성률 70%로 파업을 결의했다. 당장 파업에 나선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가 적자인 상황에서 노조가 이익을 위해 회사를 압박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두 달 뒤 한국노동시장간담회에 참석한 세르지오 호샤 전 한국GM 사장은 "손실이 나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때문에 장기 투자계획을 못 세운다"며 "한국GM은 지난 5년간 인건비가 50% 이상 증가했다"며 노조를 질타했다. 올 들어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한국GM 사측은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노조는 반발했다. 준대형 세단 '임팔라'의 국내 생산 문제를 두고서도 노조는 임원들이 타는 임팔라의 공장 출입을 금지하고 나섰고 회사 측은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며 불협화음을 냈다.

갈등과 반목을 이어오던 한국GM 사측과 노동조합이 판매 확대를 위해 오랜만에 힘을 합치는 모습이다. 지난해 임금협상 및 임팔라 국내 생산 문제 등으로 한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판매가 있어야 노조도, 회사도 있다는 데 동감하고 올해 판매 목표 19만1,000대, 시장점유율 10.6%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에 나선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노사판매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했다. 노조가 회사 측에 판매 증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며 제안했고 제임스 김 사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만들어졌다.

노사는 주요 항목에 합의하고 판매 증대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주요 협의 사항으로는 내수판매 총 책임자는 내국인 부사장으로, 임원의 적극적인 판매 활동 및 직원 판매 활성화, 한국GM 기업이미지 홍보 강화, 내수판매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 인천시 등과 함께 점유율 확대 노력 등이다. 한국GM은 실제로 지난달 인천시와 함께 업무협약 등을 체결하고 인천 지역 관공서 차량 한국GM차 구매, 인천시 전기차 사업 적극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가 손을 맞잡은 이유는 양측의 이익보다는 판매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GM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총 15만8,404대를 판매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혜택 영향으로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 늘었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의 판매도 동시에 늘면서 오히려 시장점유율은 8.6%로 전년 대비 1%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시승차 2,000여대를 풀며 '타보면 안다'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실시했고 임팔라 등 히트 상품이 나온 것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다. 노조는 판매 확대를 통해 부평 승용2공장, 군산공장 등 물량 부족으로 가동률이 낮아지고 있는 현장의 고용 안전을 확보할 계획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제임스 김 사장 부임 첫해 판매 확대를 통해 회사 경영 상황 개선 등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한국GM은 올해 내수 판매 19만1,000대, 시장점유율 10.6%로 세웠다. 지난해보다 판매량은 3만대 이상, 점유율은 2%포인트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노사가 힘을 모아 '티볼리'라는 히트작을 만든 쌍용차의 사례처럼 한국GM도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내수 판매 확대가 절실했던 한국GM에 노조와의 협력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노사 협력의 새로운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강도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