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제조업 재도약, 로봇에 주목하라-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태 유통부문 대표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태유통부문 대표

2월 우리 수출이 전년 대비 12%나 줄었다. 14개월째 내림세이자 역대 최장 마이너스 성장 기록이다. 이른 시일 내 개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유가, 신흥국 성장 저하 등 외부 변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수출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 조선·철강 등 기존 주력 산업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 제고 없이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미국을 보자. 지난 2005년 이후 미국의 수출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7배 빠르게 증가했고 수출 비중은 5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성장 전망은 밝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국의 원가 우위가 타국 대비 높아져 2010년대 후반께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700억~1150억달러의 수출 물량을 뺏어올 것으로 예측한다. 이 같은 전망에는 기업들의 제조업 기지 본국 회귀 현상이 깔려 있다.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원가 구조가 변화하면서 중국 등 신흥국에 있던 생산 기지가 다시 미국으로 옮겨가고 이는 미국의 제조업 성장을 촉진해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그럼 우리 제조업도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까. 필자는 '로봇'에 답이 있다고 본다. 과거 제조업의 경쟁 우위는 단순히 저비용 노동력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었다. 하지만 신흥 시장에서 임금 수준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인건비에 따른 이익을 손쉽게 얻는 시대는 지났다. 국내외 제조업체들이 생산성 향상 압박을 점점 크게 느끼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원가 경쟁력을 자동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로봇을 적시 적소에 채택해 활용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인건비가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은 일반적으로 자동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다. 화학·식품·철강 업종 등은 인건비가 생산비의 15%를 차지하고 의류·가구·전자 등은 30%에 달한다. 인도 등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국가가 자동화하지 않을 경우 호주 등 고임금 국가에 비용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다행인 점은 한국이 첨단 로봇을 제조업에 적용하는 데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BCG는 한국이 제조 부문에서 약 20%, 오는 2025년까지 40%를 자동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채택이 당장은 중요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수출국 사이에서 생산성 개선 및 제조 비용 측면에 상당한 간극을 만들어낼 것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인데다 노동 시장 구조가 경직돼 있고 노동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 로봇을 통한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첨단 로봇이 적용되는 분야도 넓어져야 한다. 전자 및 전기 설비 등 단순한 작업에 주로 로봇이 적용됐다면 보다 많은 기능을 갖춘 첨단 로봇을 보다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준비된 기업과 국가가 누구인지는 그리 머지않은 시간에 판가름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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