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세돌-알파고 대결' 본질은 일자리의 미래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9일 세기의 대결을 벌인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컴퓨터가 프로기사를 상대로, 그것도 호선으로 바둑을 두리라고 내다본 사람은 드물었다. 컴퓨터 전문가들조차 "컴퓨터가 100년 내에는 절대로 못 이긴다"고 확신하며 여유를 부릴 정도였다. 그 몇 년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기껏 아마추어 상급자 수준이던 컴퓨터가 세계 일인자를 상대로 승리를 자신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을까.

비밀은 '기하급수적 성장'에 있다. 반도체 집적회로(IC)의 성능이 18~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고 내다본 무어의 법칙은 최근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중했다. 2의 제곱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20년 전 AI의 지능지수(IQ)가 2였다면 지금은 2,048이 돼 있다는 얘기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인간과 AI 간 바둑대결의 승부를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AI가 혹시 이번에 인간에게 지더라도 결국은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결에서 중요한 것은 바둑의 승부가 아니다. 이를 계기로 어느덧 인간 수준에 근접한 AI가 앞으로 기하급수적 성장을 거듭할 때 펼쳐질 미래를 그려보는 게 시급하다. 혹자는 인간이 AI에 힘든 일을 위임하고 여유를 찾아 자아실현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이상향을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부로 살아가던 인간이 기계에 쫓겨 공장으로 옮겨가고 로봇에 의한 공장 자동화로 서비스업 등으로 도피해야 했던 역사를 생각하면 낙관은 금물이다. 그나마 육체가 기계에 밀리던 과거에는 두뇌로라도 살았지만 이제 머리마저 AI에 밀리면 남는 길이 없다. 물리적 힘을 쓰는 일은 대부분 기계의 몫이 된 상태에서 이제 비행기 조종사, 투자상담사, 의사 등 정신노동자는 물론 화가와 작곡가 등 없는 것을 창조하는 예술 분야에까지 AI가 침투하고 있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1차 산업혁명 때 기계를 파괴하던 러다이트 운동은 답이 아니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와의 공존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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