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들 "소형화 했어도 ICBM 탑재는 어렵다"

김정은 "핵탄두 경량화"… 신빙성 있나

국방부선 "실전능력 확보 못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로켓에 맞게 표준화·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 앞에 소형화한 핵탄두로 보이는 구형 물체가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과연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9일 핵탄두를 경량화해 탄도로켓에 맞게 표준·규격화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이라면 문제가 커진다. 당장 한미 양국 군의 '작전계획 5015'와 탄도미사일에 대응한 4D(탐지·교란·파괴·방어) 작전계획부터 고쳐야 할 판이다.

군의 공식입장은 아직 관련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북한이 오늘 노동신문에 공개한 사진과 관련해 국방부는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와 KN-08 실전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기존 평가도 고수했다. 마크 웰시 미국 공군참모총장도 최근 "북한이 소형화된 핵무기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많아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소형화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북한이 오는 2020년까지 최대 100개까지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에 대해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기간과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핵과 관련된 소형화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는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위협을 유달리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한 일본 쪽에서도 소형화 성공론이 퍼지고 있다.

소형화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대목도 있다. 장거리 운반수단과 결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군 당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고 보지만 실증 사례가 없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와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충격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할 기술은 여전히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이 이런 상황에서도 핵무기 관련 발언을 내놓는 것은 두 가지 때문으로 보인다. 각종 제재로 생활이 곤궁해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내부용인 동시에 미국을 대북 직접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압박 카드로 핵무기를 연일 꺼내 들고 있다는 것이다./권홍우·노희영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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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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