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기존에 세웠던 ‘상향식 공천’ 원칙을 무너트리며 전략공천에 몰두하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8일 “비례대표 역시 상향식 공천으로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본떠 비례대표 경선을 ‘국민 오디션’으로 진행하겠다던 김무성 대표의 계획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상향식 공천은 그동안 어떻게 하면 비례대표를 잘 선정할 수 있을까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지만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지역구 공천 심사 과정에서도 전략공천을 배제한 100% 상향식 공천 원칙을 깨고 우선 추천과 단수추천을 통해 사실상 우회 전략공천 명단을 발표했다. 당 관계자는 “여야 선거구 협상이 너무 늦었고 전 지역구를 상향식 공천하기는 시기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살생부 논란, 여론조사 문건 유출, 윤상현 의원 막말파문 등이 잇따라 논란이 되면서 사실상 공천 과정에 외압이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영입인사가 많은 더불어민주당 역시 전략공천을 남용했다는 평가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제대로 공천 심사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공천과정에서 지도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용인정 지역에 당 비대위원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전략공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표 전 교수의 경쟁자인 김종희 예비후보는 “지도부 일원으로서 가장 먼저 자기를 공천하는 이른바 셀프 낙하산공천을 즉각 취소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웹젠 이사회 의장 출신인 김병관 비대위원도 분당갑에 전략공천을 받아 논란이 됐다. 당 영입인사 외에도 박원순 시장 측근들도 전략공천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하위 20% 컷오프 발표 이후 시스템 공천 원칙보다는 당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며 “원칙이 무너지다 보면 큰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설명했다./박형윤기자man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