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IB, 글로벌 금융시장 '명중'

부실 안전장치 마련·발 빠른 구조조정·수수료 수입 급증

獨 등은 변화 대응 늦어… EU 경기 회복세에 반전 기대

지난해 순익 335억弗, 유럽계 IB의 8배… 지배력 강화


지난해 원자재 값 폭락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와중에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유럽 은행들을 제치고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 미국 투자은행(IB)들은 시장 변화에 대비해 유연하게 사업을 운영하고 발 빠른 구조조정으로 체력을 강화해 위기상황에서도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유럽 경기침체 속에서도 기존 사업만 고집해온 도이체방크 등 유럽 은행들은 최근에야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한발 늦은 대응으로 시장을 미국계 은행들에 내주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계와 유럽계 5대 투자은행의 지난해 실적을 집계한 결과 미국 은행들이 유럽 은행들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IB와 증권 부문에서 미국 5대 은행은 1,385억달러(약 168조2,775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유럽 은행들은 601억달러에 그쳤다. 순이익 격차는 더 컸다. 미국 5대 은행의 총 세전순익은 335억달러였으나 유럽 은행들은 42억달러에 그쳐 무려 8배가량 차이가 났다. 미국계 은행은 JP모건·씨티그룹·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유럽계는 도이체방크·바클레이스·BNP파리바·크레디트스위스(CS)·UBS가 대상이다.

미국 은행들이 유럽계 라이벌들을 압도적 격차로 제치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업계 전문가인 브래드 힌트 뉴욕대 교수는 "미국 은행이 유럽 은행을 따돌릴 수 있었던 것은 금융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라며 "미국 은행들은 도이체방크처럼 채권거래에 집착하지도, 바클레이스처럼 전략을 완전히 바꾸지도, CS처럼 강화된 자본규제를 맞추는 데만 몰두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FT는 특히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의 은행 규제 강화로 미국 은행들은 미리 자본확충 등 부실에 대비해 내부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사업 인력 조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해왔지만 바클레이스 등 유럽 은행들은 이제야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지난해 미국 부동산 시장 호조로 관련 수수료 수입이 급증하고 유럽과 중동·아프리카에서 IB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미국 은행들의 실적증가를 이끈 요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미국 은행들에 처참히 패한 유럽 은행들은 올해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은행들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 조만간 미국 은행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CS의 짐 아민 IB 부문 대표는 "올해 전체 고용은 줄이겠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 IB 부문 등에 선택적으로 전문가를 충원하겠다"며 "곧 미국 은행들의 점유율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기관인 오토노머스리서치의 가이 모스코브스키 연구원도 "올해는 유럽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IB들 간 힘의 균형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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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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