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70돌 맞은 한노총, 기득권 버리고 대화 주체로 적극 나서야"

"투쟁 일삼는 노동운동 한계… 대안 내놓는 역량 못보여줘

귀족노조 비난까지 나오고 지나친 정치세력화도 문제"

학계·노동계 지적 잇따라


10일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진행되는 한국노총의 70살 생일은 '그들만의 잔치'로 치러진다. 한국노총이 지난 1월 '9·15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한 후 냉각기가 계속되면서 경영계와 정부 측 인사는 초대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실업과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 등 경직적인 노동시장에 산적해 있는 과제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단절한 채 투쟁만 고집하는 노동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9일 노동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설립 70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 노동조합총연맹인 한국노총에 대해 기득권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진정한 사회적 대화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통적인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대립 위주의 노동운동에 한계가 온 만큼 이제는 그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흥망이 순식간에 바뀌는 현대 산업환경 구조에서는 소위 대립과 착취라는 전통적인 프레임이 작동하기 어렵다"면서 "갈등의 책임을 국가와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회피해서는 안 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노총이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심화에도 불구하고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 대화 중단을 결정한 것은 정규직 기득권 보호에 매몰됐기 때문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실제로 한노총의 내부 구성을 보면 전체 84만명의 조합원 중 대타협 파기 선언을 주도했던 금속노련(13만명), 금융노조(10만명), 화학연맹(8만명), 공공연맹(7만명) 등이 절반에 육박한다. 이 중 금융·보험업의 평균 연봉(2014년 기준)은 6,280만원이고 316개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은 6,620만원이다. 즉 임금피크제 도입에 이어 성과연봉제 확대 등에 반발하는 조직에서 반대와 투쟁만을 고집했다는 비판이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등 2대 지침과 파견법에 대해서도 대안 제시보다는 무조건적인 반대로만 일관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민주화 과정에서 한국노총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동시장 위기 극복 노력을 보여준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규직 기득권 주의로 노동시장 리더십을 상실한 위기여서 자기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그동안 한국노총이 보여준 모습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더욱 노동계를 외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대기업 근로자의 60%에 그치는 현실을 반영하듯 '귀족노조'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기업별 노조체계 중심인 한국노총의 조합원 수는 2005년 77만명에서 2014년 84만명으로 늘었지만 전체 노동조합원 중 차지하는 비중은 51.2%에서 44.3%로 떨어졌다. 노동계의 정치투쟁에 염증을 느낀 근로자들이 많아지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도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 조합원은 같은 기간 6.2%(9만명)에서 22.6%(43만명)로 네 배 가까이 확대됐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노조 조직률은 10%에 불과할 정도다.

아울러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나오는 일부 인사의 비례대표설과 내년 김동만 위원장 이후의 차기 위원장 선거를 놓고 내부 계파 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을 보면 지나치게 '정치세력화'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결국 한국노총이 근로자의 대표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근로자상을 반영하는 노력과 함께 새로운 노동 문제 이슈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요구된다. 영세사업장 근로자나 비정규직, 청년구직자의 이익까지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변모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임금투쟁 등 경제적 이해추구전략만 지속적으로 재생산돼 정규직 보호 영역이 강화되면 정규직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조직화 기반을 스스로 약화시켜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기득권을 일부 내려놓고 취약계층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으로 조직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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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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