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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식품과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가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누구나 간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첨단기술로 경쟁사와 차별화도 이끌어내는 일석이조의 전략이다.
대상 청정원은 전자레인지에서 조리가 완료되면 휘파람 소리가 나는 간편식 '휘슬링쿡'을 내놓았다. 기존 전자레인지용 간편식은 데우는 시간을 일률적으로 정해 너무 뜨겁거나 조리가 덜 되는 단점이 있었지만 휘슬링쿡은 최적의 온도가 되면 소리로 알려준다.
휘슬링쿡에는 휘파람 소리를 내는 0.5㎝의 작은 구멍이 있다. 전자레인지를 가동하면 제품 안에 있던 수분이 구멍을 통과할 때 소리가 나는 원리다. '소리로 요리하는 세계 가정식'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코다리 표고조림' '크림토마토 치킨커리' 등 한식과 양식을 아우르는 다양한 메뉴를 구비했다.
대상 관계자는 "휘슬링쿡은 대상의 60년 식품기술과 23년의 간편식 노하우, 소스시장 1위의 제품력 등을 더해 개발한 제품"이라며 "기존 전자레인지 간편식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독일 주방업체와 기술을 개발하고 특급호텔 출신 요리사가 레시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동원F&B는 초고압공법을 적용해 잡곡밥에 첨가물을 넣지 않은 즉석밥 '쎈쿡 100% 잡곡밥'을 선보였다. 잡곡 즉석밥은 백미 즉석밥과 달리 일반적인 공정으로는 미생물을 제거하기 어려워 쌀에서 뽑아낸 미강추출물을 첨가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포장용기를 이중으로 만들고 산소흡수제를 넣어 첨가물 없이 미생물 번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최대 3,000기압(압력밭솥의 약 2,500배)에 달하는 초고압공법도 핵심 기술이다. 순간적으로 초고압을 가하며 곡물 내부에 수분을 침투시켜 한층 차지고 부드러운 밥맛을 구현했다. 최근에는 곤드레나물·취나물과 고명·간장을 넣어 별도의 반찬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제품까지 출시했다.
고정관념을 깨뜨린 이색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상 종가집의 '누들두부'는 100% 생두부를 면발로 만든 제품이다. 떠먹는 두부에서 나아가 라면이나 파스타처럼 간편하게 두부를 맛볼 수 있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다. 동원F&B가 업계 최초로 내놓은 '양반 캔김치'는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캠핑이나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100% 국산 월동배추로 만든 김치를 살짝 익혀 식감을 살렸고 기존 봉지김치와 달리 국물이나 냄새가 새지 않는 게 장점이다.
해외에서도 푸드테크는 식품업계의 차세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미국 벤처기업 임파서블푸드는 식물 성분으로만 만든 햄버거를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외관과 맛은 기존 햄버거와 흡사하지만 패티·달걀·마요네즈 등 모두 식물성 식재료를 사용하고 가격도 큰 차이가 없어 최근에는 대형마트까지 입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간편식 시장에서는 맛과 영양 못지않게 얼마나 편의성을 갖추느냐가 관건"이라며 "식품업계가 첨단기술에 속속 눈을 돌리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먹거리가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