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 이어 기재부까지 나선 느닷없는 경기낙관

박근혜 정부에 때아닌 경기낙관론이 번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9일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가 생산도 부진하고 내수도 조정을 받고 있다"면서도 "수출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며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이 내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불과 한 달 전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위험요인이 확대되고 있다"던 진단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제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태도를 바꾼 박 대통령의 행보와 비슷하다. 대통령이 낙관론의 불씨를 피우자 기재부가 군불을 때는 모양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경제비상사태'를 외쳤던 정부다. 그동안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 우선 지난달 수출이 12.2% 줄었다. 1월(-18.5%)보다 개선됐다고는 하나 설 연휴와 윤달의 영향으로 일평균 기준으로는 16.5% 감소해 오히려 전월(-15.1%)보다 나빠졌다. 내수를 책임지는 생산·소비·투자도 더 위축됐다. 온기는커녕 냉기만 심해지는 분위기다. 대외환경도 호전될 기미가 없다. 우리 수출의 3분의1을 책임지는 중국은 2월 수출이 25%나 급감해 이젠 6%대 성장마저 위협받고 있고 유럽과 일본은 경기부진에다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미국 경기 역시 회복세를 단언하기 힘들다. 경기인식을 바꿀 만한 근거를 도무지 찾을 수 없는데도 태연히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하니 의아스러울 뿐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납득할 만한 근거와 일관성은 제시해야 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경제가 위기라고 그토록 부르짖던 정부가 아무 근거도 없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꾸는데 어떤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이러니 총선을 의식한 행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지금 정부가 바라봐야 하는 것은 오직 경제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정책불신마저 겹치면 더 큰 후유증만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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