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경제 낙관·비관 팽팽… 안전·위험자산 이례적 동시 강세

"美금리 인상 연기·中부양책 기대" 원자재·주식 투자 몰려

"中수출 급락 등 위험 커져" 안전한 美·日국채도 자금 유입

엇갈리는 美지표 혼란 부채질… "연준회의후 방향 정리될 듯"


글로벌 경제의 진로가 불확실해지면서 최근 한 달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동시 강세라는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부양책과 미국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투자가들은 신흥국 자산과 원자재 시장, 주식,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등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 중국발 리스크 등 글로벌 경기 둔화 공포에 질린 자금들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금,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미국·일본 등 선진국 국채로 도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각 오는 10일, 15~16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뒤에나 투자가들이 '아노미' 상태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7bp(1bp=0.01%포인트) 하락한 1.83%로 한 달째 2%대를 밑돌고 있다. 이에 힘입어 블룸버그 미국 국채지수는 올 들어 1.1% 상승했다. 전날 일본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22.2bp나 급락하며 -0.458%까지 하락했다. 금 가격은 최근 한 달간 5%가량 상승했다. 또 독일 국채, 엔화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식, 원자재, 신흥국 채권·통화 등 위험자산도 그동안의 '패닉 장세'에서 탈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최근 한 달간 8%가량 올랐다. 또 세계 최대 신흥시장 상장지수펀드(ETF)인 뱅가드 FTSE 신흥시장 ETF는 최근 한 달 새 10%가량 상승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1~2월 신흥시장 채권펀드에 50억달러가 순유입되는 등 신흥국은 지난해 외국인 자금 탈출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주요 원자재 가격도 올해 저점 대비 20%가량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아이셰어 아이박스 하이일드 회사채 EFT는 5.4% 상승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2일로 끝난 한 주 동안 정크본드 펀드에는 58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주간 기준으로 2013년 7월 이후 최대치다.

이에 힘입어 미 정크본드 평균 수익률은 지난달 중순 10.1%에서 최근 8%대로 하락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올해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지난해보다 30% 늘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시장 붕괴 우려가 나오는데도 투자가들이 위험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정반대의 투자 패턴이 동시에 나타난 것은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연기, 중국의 경기 부양책 등에 힘입어 당분간 최악의 국면에는 빠지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중국 수출 급락, 글로벌 무역 감소 등에 주요국 경기 침체 위험이 더 커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ECB와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금융시장 혼란을 가속화할지, 경기 경착륙의 방어막이 될지 의견이 엇갈린다.

미 경제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도 투자가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고용·소비 등의 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미국 경기 침체 우려는 줄었지만 제조업·수출은 여전히 부진한 실정이다. 심지어 연준 내에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 여부를 놓고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은 이날 "낮은 에너지 가격에 따른 기업 파산과 금융 시스템 악영향, 글로벌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며 "조만간 주식·정크본드 등 위험자산 반등세는 끝나는 반면 미 국채와 금 가격은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마크 키셀 핌코 글로벌신용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경제가 침체를 피하면서 최근 두 달간 상승세를 보인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지금이 회사채 매수의 적기"라고 말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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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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