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사람냄새 폴폴나는 장터 지나면 커피향 그윽한 이국의 카페거리

'화려함과 소박함 사이에서…' 경기도 성남

[관광] 모란시장 화가 한철호씨
모란 민속시장의 화가 한철호씨는 이곳에서 30년째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관광] 모란민속장
모란 민속시장은 둔촌대로 79 일대 주차장 부지 1만㎡에서 열리는 5일장이다.
[관광] 백현동카페거리2
백현동 카페거리는 조성된 지 6년째 되는 상가로 모던한 풍경이 파리의 라데팡스를 연상시킨다.

● 백현동 카페거리

파리 도심에 와 있는것 같은 착각… 드라마 '별그대' 촬영지로 입소문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려 북적

● 모란 민속시장

봄바람에 실린 참기름 냄새 진동… 소주 한병값 내면 안주 무한리필

세월 변해도 푸짐한 인심은 여전


소주 한 병 값만 내면 무한 리필되는 안주, 초상화를 그려주는 할아버지, 한 마리 10만원짜리 애완용 리트리버 강아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갇혀 있는 식육용 개들…. 한 발자국 떼기도 힘든 모란 민속장 취재를 끝내고 백현동 카페거리로 자리를 옮기자 그곳에는 유럽에서도 보기 힘든 시크하고 럭셔리한 다운타운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같은 행정구역 안에서도 차로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이처럼 판이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도시. 그곳이 바로 경기도 성남이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남쪽으로 내려갈 때마다 수시로 지나치면서도 아직 속살을 들춰보지 못한 성남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백현동 카페거리=아직 정오가 지나지 않은 탓인지 분당구 백현동 카페거리는 한산했다. 하지만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자리는 대부분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동안 분당에서는 정자동 카페거리가 성남의 샹젤리제로 통해왔다. 아직도 규모로만 따지자면 분당에서 정자동 만한 카페거리는 찾아볼 수 없다. 최근에는 분당 경찰서 쪽으로 300~400m가량 새로 상가가 들어서면서 상권이 더욱 확대됐다.

하지만 요즘 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백현동 카페거리다. 카페거리는 조성된 지 6년째 되는 상가로 드라마의 배경으로 TV 화면에 자주 등장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곳이다. 기자가 분당구 판교역로 14번길 일대의 백현동 카페거리를 찾아 받은 첫인상은 건물들이 아름답고 거리가 깨끗해 마치 파리의 신도시 라데팡스(La Defense)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이곳에 들어선 건물은 모두 392개. 그 중 상가 점포는 120개 정도고 나머지는 주택들이다. 이에 대해 이은희 백현동 카페거리 상가번영위원회 위원장은 "땅값이 비싸다 보니 원래 건물과 거리를 조성할 때 공을 들여 지었다"며 "가게 밖에 지저분한 물건을 내놓으면 자율적으로 단속도 하고 해서 이 같은 환경을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장을 맡고 있는 유경종 신고집해물탕 사장은 "주말에는 평일에 비해 5배 정도 많은 사람들이 온다"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입소문이 난 후 중국 관광객까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모란 민속시장=고소한 참기름 냄새, 상인의 손을 피해 후다닥 튀는 암탉에 잠시 후의 운명도 모른 채 늘어지게 자고 있는 견공들…. 모란 민속시장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79일대 주차장 부지 1만㎡에 끝자리 4일과 9일에 열리는 5일장이다. 5일장을 막론하고 '대한민국 최대의 재래시장'이라는 명성이 허언이 아니다. 대로변에서 주차장 끝까지의 거리는 300m쯤 돼 보였는데 이곳이 주차장이라는 자취는 찾을 수 없고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베트남 유학생 판황미트엉씨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 제출해 취득한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모란시장의 역사는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대 군인 등 몇몇 상인들을 중심으로 수진2동 모란예식장 주변에 형성된 장터는 1970년대 초부터 서울의 도시 재개발로 밀려난 이들이 가세하면서 수진교와 대원천에 이르는 길가에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성남시가 대원천을 복개해 5일장을 모란역 5번 출구 근처로 이전시켜 현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성남시장이 유명해진 것은 참기름과 고추, 닭·오리 등 가금류와 잡곡의 유통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은 세(勢)가 불어나면서 화훼·음식·잡곡·애견·약초·고추·잡화·의류·생선·야채·과일 등 14개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윤경원 상인회 부회장은 "현재 면적 1만1,000여㎡에 970여개의 점포가 등록돼 있다"며 "지금은 겨울이라 장을 여는 상인들의 숫자가 700명 정도로 줄었지만 날이 풀리면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모란시장은 한때 상인들의 수가 2,000명을 웃돌고 하루 유동인구가 15만명에 육박한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유동인구 10만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현재 성남시는 모란 민속시장 명품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근의 4929번지로 이전을 추진 중"이라며 "하지만 소주 한 병에 6,000원을 내면 오가는 정과 함께 돼지고기 볶음을 무한 리필로 먹을 수 있는 모란시장만의 경쟁력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성남)=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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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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