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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대형 화물수송기를 임차해 상품을 배송하는 등 항공물류 사업에 나선다. 아마존이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페덱스·UPS가 장악한 글로벌 물류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마존이 에어트랜스포테이션서비스그룹(ATSG)으로부터 보잉767기 20대를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ATSG는 오하이오주 윌밍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항공화물 업체다. 이번 계약은 5~7년간 보잉767기를 임차하는 것으로 아마존이 비밀리에 추진해온 항공화물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한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아마존은 향후 5년간 ATSG 지분 5분의1을 주당 9.73달러(약 1만1,700원)에 사들일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이 계약으로 아마존은 항공화물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마존은 지난해에만도 항공화물 배송을 위해 18억달러(약 2조1,650억원)을 쏟아부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막대한 지출을 감수하면서 지탱해온 항공화물 서비스를 내부화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3년 크리스마스 쇼핑시즌 당시 UPS의 물류처리에 과부하가 걸려 배달이 지연되는 사태를 겪으면서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해 도로·선박 등을 통한 운송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불과 2~3년 만에 2시간 내 배달 서비스인 '프라임나우',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배달해주는 '아마존플렉스'를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배송용 드론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항공화물 서비스 진출로 아마존은 유통의 3각체제를 구축하게 된 셈이다.
시장의 관심은 아마존의 물류시장 진출이 페덱스와 UPS 등 기존 물류강자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에 쏠리고 있다. 아마존이 물류사업을 내부화하면 두 회사의 매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마존은 페덱스와 UPS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UPS의 경우 매출의 4%가량이 아마존의 배달위탁 사업에서 발생한다. 아마존의 물류 서비스 진출은 중국의 알리바바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마존은 중국에서도 화물배송 라이선스를 취득했으며 아마존에서 물건을 파는 업체들을 위한 거대 배송 서비스 기반도 구축하고 있다.
다만 아마존은 자체 물류 서비스 구축이 물류시장 진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켈리 치즈먼 아마존 대변인은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자체 물류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대형 물류업체들과의 경쟁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콜리 세바스찬 RW베어드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임차한 항공기는 우선 자사의 전 세계 물류창고 간 유통과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품 공급자와 물류창고 간 유통에 사용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배송을 필요로 하는 모든 기업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물류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4,000억달러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