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한국 고대사 논란


동북아역사재단이 국내 사학계가 고조선의 강역, 한사군의 위치 등을 놓고 벌여온 해묵은 상고사 논쟁에 불을 다시 붙였다. 재단이 2019년 발간을 목표로 준비해온 동북아 역사 지도의 일부가 지난해 초 공개되면서 재야사학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재단이 만든 고조선 지도를 보면 한사군의 위치가 지금의 평양 등 한반도 북부로 표시돼 있다. 이는 중국 동북공정의 주장과 일제강점기 때의 식민사관 입장과 일치한다. 주류사학계 역시 평양 일대에서 발굴된 낙랑군 관련 유적·유물 등을 근거로 낙랑군이 한반도 북부에 있었다는 '한사군 한반도설'을 지지해왔으며 이는 고조선의 강역을 한반도로 국한하는 결과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재야사학계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1차 사료만 제대로 검증해도 나올 수 없는 주장"이라며 '사기(史記)' '후한서' 등의 고서를 바탕으로 한사군 한반도설을 반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재야사학자인 윤내현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지난해 펴낸 '고조선 연구'에서 고조선의 강역을 지금의 중국 허베이성 동북부를 흐르는 롼허 하류 유역까지 넓힌다. 윤 교수는 "사마천은 '사기' 진시황 본기에서 진(秦)제국의 영토가 요동에서 고조선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고 기록했으며 당시의 요동은 갈석산 지역이라고 밝혔다. 한나라 시대의 여러 문헌을 보면 당시의 갈석산이 롼허 하류 동부 유역에 있는 지금의 제스산임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역시 재야학자인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지난해 발간한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주류 사학계를 식민사관·매국사관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한국고대사학회가 오는 16일부터 6월1일까지 매주 수요일 '고대사 시민강좌'를 열기로 한 것은 식민사학자로 매도돼온 주류사학계의 반격이라고 볼 수 있다. 주류사학계는 앞서 역사문제연구소의 계간지 '역사비평' 봄호에서 재야사학계를 '사이비 역사학'이나 '역사 파시즘' 등의 표현으로 거세게 몰아세운 바 있다. 하지만 역사 논쟁은 비난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더욱 치열한 연구와 고증으로 우리 고대사의 길을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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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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