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특파원 리포트] 철광석값 "바닥쳤다" "단기 랠리"

4년 6개월째 약세 이어지다… 올들어 두달 넘게 상승 행진

양회 계기로 10% 이상 급등… 中 철강주들도 20~30% 뛰어

"이제야 봄볕 들었다" 기대 속 공급과잉 경계론도 만만찮아


철광석 가격이 연초 이후 두 달 넘게 상승 랠리를 보이면서 4년 넘게 지속된 하락세가 끝나고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최근의 가격 상승세가 단기 랠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투자자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확대 계획에 철강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원자재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공급과잉 탓에 상승세를 장기간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원자재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해온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철광석 최대 시장인 중국의 과잉공급 상태가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이 적다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추가 상승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철광석 가격 내리막길 4년 6개월 마침표 찍나=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 개막식 이틀 뒤인 지난 7일 철광석 가격은 하루 동안 17%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말 톤당 40달러 밑으로 추락했던 철광석 가격이 올 초 이후 슬금슬금 오르더니 급기야 2월 들어 상승 속도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고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인대) 개막식을 계기로 급등,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인 톤당 63.74달러까지 치솟은 것이다.

올 들어 두 달 연속 철광석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시장에서는 2011년 9월 초 톤당 178달러 고점을 찍고 줄곧 내리막길을 달리던 철광석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의 핵심 과제인 '공급 측 개혁' 1순위로 꼽는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철강 가격의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낙관론의 근거다. 실제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가 "철강 분야 등 대표적인 과잉업종에 대해 올해 적극적인 공급개혁에 나서고 적극적인 재정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겠다"고 발표하자 철광 수급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다. 중국 철강산업 포털인 마이스틸닷컴에 따르면 중국 최대 철강 산지인 허베이성 탕산 일대에서 생산된 철강 가격은 전인대 개막 이후 사흘간 15%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중국 증시 하락을 부추겼던 철강주들도 2월 초를 저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중국 철강의 대표주인 보산철강의 경우 3월7일 5.91위안까지 올라 올해 최저점인 2월3일(4.76위안) 대비 24% 이상 뛰었고 무한철강도 올 저점 대비 30% 이상 반등했다.

중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1월 중국 철강생산 감소율이 7.8%에 이르면서 일부 재고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낮은 가격에 재고를 미리 비축하려는 기업이 늘면서 중국 내 철강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3대 메이저 철광석 공급사인 발레·리오틴토·BHP빌리턴도 철광석 가격을 50달러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시적인 급등" 낙관론 경계 목소리도 잇따라=투자자들 사이에서 철강 시장에 봄볕이 들기 시작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원자재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세계 철강 시장이 여전히 공급 초과 상태라는 판단에서다. 리신추앙 중국철강협회 부회장은 지난주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세계 철강 시장은 여전히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여서 지속적인 가격 상승은 기대할 수는 없다"며 섣부른 기대감에 대해 강한 경계론을 펼쳤다. 그는 또한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요는 5.4% 감소했는데 올해는 3%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단기적인 가격 변동으로 인해 철강 시장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리 부회장은 올해 철강 가격이 톤당 40달러와 60달러 사이를 오갈 것으로 전망하며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재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글로벌 투자은행도 철강 가격 급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철광 수요가 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철강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씨티은행도 공급 과잉 상태를 이유로 철강 가격 상승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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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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