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민의 시시각각] 누가 우리를 미치게 하는가

[김민의 시시각각] 누가 우리를 미치게 하는가

김민(동시통역사·전 대통령 통역관)




김민 시사평론가김민 시사평론가




얼마 전 필자가 살고 있는 옆 동네인 충남 천안시 청당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8차선 대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학생이 신호를 위반한 덤프트럭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21번 국도는 평소에도 덤프트럭과 중장비 차량들이 자주 다녀 산업도로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필자는 서울로 출퇴근을 하며, 지방 강연을 수시로 다니기에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면 항상 지나는 곳이다.

장기간 지하도를 공사 중이라 도로 주변은 난잡하기 그지없으며, 차로 이동을 하면서도 위협을 매번 느끼는 곳인데, 도로 옆 아파트 단지에서 도로를 횡단하여 매일같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지역 학부모들의 분노는 극에 달아 있다. 그곳에 거주하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사건의 내막과 학부모 단체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등교하던 중학생 아이가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시청에서는 행정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유가족과 학부모 단체에게 9년 전에 만들어진 법을 가지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공무원의 공무는 행정법에 의거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치단체장인 시장은 과거와 달리 임명직이 아니라, 시민에 의해 선출되는 선출직이라는 사실이다. 선출직인 시장이 시민의 안전과 안녕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시민들은 왜 시장을 선출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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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이런 사건의 경우, 시장에게는 법적인 책임이 있고, 국회의원에게는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시장은 만나기가 어렵고, 국회의원들은 당장 코 앞에 닥친 총선준비에 여념이 없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것이 팩트다.

그들에게 한 시민의 죽음은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정말 의문이다. 또한 그들은 무엇을 위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며, 그것을 반복하려는 것일까.

이런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유가족과 그 지역 분들이 자치단체장과의 만남에 적극적이겠지만, 반대로 그 관할 시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먼저 그 대상자들과의 만남에 있어서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도리이고 상식이다.

여기서도 법에 의거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다면 할 말은 없다.

천안시민들이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면 그만이다. 우리 자녀들의 목숨까지도 감수하면서 말이다. 행정이 그렇고 법에 의거하여 시민이 위험에 처하고 죽어가는 데도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이런 위험한 환경을 제공하고 그로인해 어쩌면 이미 예정된 사고가 실상으로 드러난 것인데, 지방자치단체 즉 천안시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겪이다. 어린 시민의 목숨이 희생되었는데도 말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형편과 특성에 맞춰 선출로 자치단체장을 선출함으로써 방대하고 거시적인 국가운영을 세분화하여 효율적이고 현실적으로 하기 위한 제도이다. 한 마디로 작은 국가이다.

천안 시민들도 대부분 국가가 부여한 국민의 의무를 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를 위해 국민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있기에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의 안전과 안녕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국민들에 의해 권력을 부여받게 되고 그 부여받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기에 국가는 국민들에게 국민의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국민들도 국가공동체를 유기적으로 잘 유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가 부여한 국민의 의무를 다 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의무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거듭 얘기하지만 국민이 국민의 의무를 다 했을 때는 국가가 의무고 국민이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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